열람·등사 허용 두고 검찰·변호인 신경전
"원점으로 가자는 것이냐" vs "지연시킨 바 없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시절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재판이 검찰과 변호인 측 신경전으로 인해 또 다시 연기됐다. 기소된 지 10개월여가 흘렀지만 정식 재판을 위한 준비 절차에만 머물고 있다.
3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판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윤 의원의 보조금관리법 위반·사기·업무상 횡령 등 혐의 5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수사기록 등 기록물 열람·등사 허용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1대 국회의원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표명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0.05.29 leehs@newspim.com |
검찰은 "기록물 열람·등사 신청과 관련해 열람·등사가 가능한 부분은 열람·등사를 해줬고, 내부 보고서 등은 그때 사정에 따라 의견을 적시한 것이라 혼란만 가중돼 정제된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했다"며 "지난달 30일에 의견서를 제출해서 더 이상 열람·등사를 해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 측은 기록물 열람·등사와 관련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부 의견을 정리한 내부 보고서 모두 열람·등사를 허용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현재 8개월이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진행되고 있고, 상당 부분은 공판진행과 별개로 진행되는 게 맞는 기록 열람·등사 허용에만 할애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반적인 형사소송 사건이라면 기록 열람·등사와 관련 없이 증거목록으로 제출된 것에 대해 증거인부를 하는데, 증거인부조차도 안 하고 있어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 기일에는 애초에 합의된 바와 같이 입증 계획서가 제출돼서 다음 기일에는 1차 공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이 진행되기 전 쟁점 등을 정리하고 향후 재판 일정을 정하는 절차다. 제출된 증거에 대해 피고인 측이 동의 여부를 밝히는 증거인부가 진행되면 검찰은 부동의된 일부 증거를 입증하기 위해 증인을 신청하고,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계획과 일정 등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과 변호인은 공소사실 특정 여부, 기록물 열람·등사 허용 여부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증거인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열람·등사 요청한 사항은 검찰이 작성해 보관 중인 수사 기록이고, 이 부분이 일치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말한다"며 "증거인부를 못할 것은 아니나 포괄적인 인부를 위해서는 해당 부분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어떠한 약속을 어기거나 일부러 재판 진행을 지연시킨 바가 없다는 걸 재판부도 잘 알 것"이라며 "검찰 측에서 계속해서 변호인이 어떤 걸 안했다고 하는데, 가능하면 더 이상 (그런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의원 측은 이날 증거인부를 했으나 검찰은 "이날 증거인부를 하겠다는 얘기도 없고, 오늘 어떻게 재판이 진행될 것인지 말이 없었다"며 "갑자기 증거인부 책을 주면 이 자리에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 측 변호인이 말을 끊으며 "그런 적이 없다"고 하자 재판부는 "의사소통을 예민하게 할 건 아니다"며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누굴 탓할 게 아니다"고 제지했다.
결국 재판부는 7월 5일 공판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윤 의원 측에서 제출한 증거인부서를 기초로 추가 제출할 압수물 등을 보완해 정식으로 증거신청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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