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8세금징수과 623명에 세금 추징 계획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사채업자 A(56)씨는 지난 2002년 12월 자동차세를 비롯해 세금 4100만원을 내지 않았지만 현금 438억원 어치를 수표로 교환해 보유했다. 시의 추적이 시작되자 A씨는 차명으로 보관해둔 가상화폐 15만 코인을 납세 담보로 제공했다.
#또다른 사채업자 B씨는 2016년 지방소득세을 포함해 3800만원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월 자기앞수표 19억원을 교환했다. 그는 서울시가 주소지 추적 및 교환은행 조사를 실시하자 조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발적으로 조사를 받고 체납세금 3800만원 전액을 납부했다.
밀린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바꿔 사용한 체납자 623명이 적발됐다. 이들이 수표로 바꾼 돈은 모두 1714억원이다. 또한 이들 체납자가 보유한 주식도 상당하다. 세금 낼 돈은 없다면서 현금을 수표로 바꿔 생활하고 주식에 투자해 돈을 불리는 얌체 체납자들이 적발된 것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시중은행 10곳을 대상으로 지난 2년 간 고액체납자들의 자기앞수표 교환 내역을 입수해 압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체납자들의 자기앞수표 추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체납자는 623명으로 모두 1만3857회에 걸쳐 1714억원의 현금을 수표로 바꿔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밀린 세금액은 812억원이다.
이번 조사를 토대로 서울시는 가택수사 등으로 확인된 재산에 대해 압류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74명의 체납자들이 13억원의 밀린 세금을 냈다.
체납자들의 주식도 압류했다. 국내 28개 증권사로부터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주식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0명이 평가금과 예수금을 비롯해 1038억원을 갖고 있었다. 이중 818억원과 예수금 24억원에 대해 즉시 압류 조치를 시행했다. 부동산 투자업자인 C(49)씨는 평가금액 기준 92억원 어치의 주식 56종목이 압류되자 38세금징수과에 찾아와 밀린 세금 2400만원을 바로 납부했다. 15년간 주민세 등 1700만원을 안 낸 D씨도 주식 3종목을 압류하자 즉각 납세했다.
서울시가 압류에 나서자 고액 체납자들이 세금을 즉시 납부하거나 주식 강제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즉시납부자는 19명으로 3억원의 세금을 냈으며 10명은 4억원 어치의 세금에 대해 납부약속을 한 상태다. 또 2명은 부동산으로 납세담보를 했다.
서울시는 주식 등 투자상품 및 예수금 압류 후 납부독려에도 불구하고 세금납부를 회피할 경우에는 매각 또는 추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압류한 주식을 증권사에 매각요청하면 매각요청일 기준 개장일 동시호가 기준으로 매각하게 된다.
만약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적을 경우 자금흐름 추적, 가택수색 등으로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 조치를 이어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수표추적, 주식 등 투자상품 압류의 금융 부분 조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성과는 고액체납자들이 재산은닉 수단으로 최근 금융 자산을 활용한 사례가 증가하는 점에 착안해 '경제금융추적TF'를 꾸려 정보를 수집하고 집중적으로 추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과거 주로 부동산을 활용하던 고액체납자들 재산은닉 방식이 수표와 주식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흥밋거리다. 시는 올해 1월 '경제금융추적TF'를 꾸렸고 '수표조사 추진반' 운영 등 금융자산별 세분화된 맞춤형 계획수립·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가상화폐에 이어 수표 교환 내역, 증권 등 투자상품 보유 현황에 대해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압류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며 "충분히 세금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납부를 회피하는 비양심 고액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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