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과 보복성 인사로 피해"…1억 손해배상 청구
법원 "검사 인사안 작성에 재량권 일탈·남용 증거부족"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그로 인한 보복성 인사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강제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이미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고 검사 인사안 작성에는 재량권이 인정돼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14일 서 검사가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지현 검사가 지난 2019년 1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4 pangbin@newspim.com |
김 판사는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되는데 원고 주장과 같이 강제추행이 있었더라도 원고는 2010년 10월 당시 가해자를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인다"며 "원고의 소는 3년을 훨씬 경과한 2018년 11월 제기됐으므로 피고 안태근의 강제추행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검사 인사안 작성에 대해서는 "기록상 나타나는 원고와 피고 안태근의 관계,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안 내역 관련 형사사건 결과에 비춰보면 안태근이 검사 인사담당 검사에게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한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고 그러한 지시가 다소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 안태근이 검사 인사담당 검사에게 인사안 작성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인사안 작성에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인사기준, 업무평정, 인력수급상황 등 여러 고려사항이 반영된다"며 "안태근이 인사안 작성 당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성·정당성을 상실했음이 명백하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국가에 대한 청구 역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 시효가 소멸됐다고 했다. 아울러 안 전 국장의 인사안 작성 지시 결정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도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국가에 대한 청구도 이유가 없다고 봤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 한 방송에 출연해 2010년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와 관련해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안 전 국장과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국장은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네 번째 재판 끝에 지난해 10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다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서 검사는 부치지청(차장검사가 없고 부장검사가 있는 소규모 지청)인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다 2015년 8월 다시 부치지청인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 받았다.
안 전 국장의 형사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으로 제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여러 사정을 참작해 결정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며 안 전 국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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