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룰' 제외된 뒤 경영 관여↑…기업과의 대화도 50% 증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경영 참여를 본격화하면서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영 전문성, 편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경영에 참여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연금사회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월 4일 기준 국내 상장사가 총 72곳에 대해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곳은 총 161곳이다.
그간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기업의 경영 참여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투자목적으로 일반투자로 바꾸면 ▲배당정책 변경 ▲정관 변경 ▲회사 임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상법상 권한(해임청구권) ▲이사 및 감사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임원보수 한도 조정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등에 관여할 수 있다.
[표=국민연금] |
기존에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꿔야만 가능했던 일이지만, 금융위가 지난 2019년 관련 제도를 개편하면서 문턱을 낮췄다. 일반투자 목적의 주주활동에 대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10%룰)를 없애준 것이다. 10%룰은 특정 기업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할 경우 6개월 안에 발생한 단기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연금 입장에선 10%룰을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별다른 패널티 없이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 셈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9년 수행한 '기업과의 대화'는 149건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225건으로 51%나 늘었다. 비공개 대화는 국민연금이 기업에 문제를 개선하도록 서신을 보내거나 면담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등에 따라 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 등 보다 강도 높은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를 두고 금투업계와 재계에서는 경영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부쩍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더 많은 경영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와 조원태 회장 재선임을 잇따라 반대했고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또 내홍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과 한국타이어에서는 현직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갈수록 기업의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전문성, 편향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로 오히려 기업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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