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아사리판, 윤석열 안 갈 것" vs 국민의힘 "노욕에 찬 기술자"
'극과 극' 반응..."대선 주도 위한 흠집내기" vs "사실대로 지적"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압승을 이끌고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국민의힘에 독설을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은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섰다"며 원내외 인사 가릴 것 없이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자평 속에서 잔칫집 분위기를 이어가던 야권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야권 플랫폼' 주도권 싸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은 16일 오전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금 전 의원의 신당 창당 계획 등에 대한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회동 이후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지금 선거에 이겨서 상당히 붕 떠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좀 선거의 승리 요인을 제대로 분석해서 내년 대선에서 어떻게 현재의 지지률 유지할 수 있느냐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국민이 통합하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당선시킨 줄 아나. 그런 식으로 선거 결과를 해석하면 희망이 안 보인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 사람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신줏단지처럼 모셔야 자기들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막연하게 합당하면 세가 늘어날 것 같나? 지난 총선 전에 보수대연합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뭔가. 선거 참패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정당을 만드는 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제3지대라는 건 없다. 무슨 제3지대가 있겠냐"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을 향한 당내 비판에 대해선 "그 사람들 항상 그러는 사람들"이라며 "지난 19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이 되니까 그전까지 아무 말 안 하고 산 사람들이 또 헛소리 하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신당 창당을 묻는 질문엔 "내가 신당을 왜 만들겠냐"며 "나는 정치를 안 할 사람이고 더 이상 정치를 안 한다고 얘기를 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 추호도 없으니 묻지 말라"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이 제3지대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 인해 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업고 국민의힘에 돌아올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무소속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1.04.16 photo@newspim.com |
◆ 金 "아사리판에 윤석열 안 갈 것" vs 국민의힘 "노욕에 찬 기술자"
김 전 위원장은 위원장 직에서 내려오자마자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다. 지난 13일 국민의힘을 향해 "아사리판"이라며 "더 이상 애정이 없다.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위 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단일화를 앞두고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며 "이런 행동을 보고는 선거 끝나고 바로 당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 전망에 대해선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대선을 해 볼 도리가 없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안 갈 것 같다"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윤 전 총장이) 금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발언들로 '야권 신당론'을 띄우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외 중진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의 발언이 대선을 앞두고 야권을 흔들어 판을 주도하려는 '노욕'에서 비롯됐단 것이다.
권영세 의원은 지난 14일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 공개 발언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김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같은 자리에서 홍문표 의원은 "도가 넘는 상왕정치와 감별사 정치를 멈춰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금 전 의원이 김 전 위원장이 무슨 생각으로 만나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라며 두 사람의 회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노욕에 찬 기술자", "탐욕적 당 흔들기", "총질하는 기술자", "희대의 거간" 등의 표현을 쓰며 김 전 위원장을 원색 비난했다. 장 의원은 윤 전 총장을 향해선 "김 전 위원장 덫에 걸려 야권을 분열시키고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데 동참한다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가세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같은날 "뇌물을 받은 전과자"라며 김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윤 전 총장이 30년 전 그때 돈으로 2억1000만원, 그 어마어마한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그의 손을 잡는 순간 공정도, 정의의 가치도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1.04.08 leehs@newspim.com |
◆ "대선 주도하기 위한 흠집내기" vs "당 문제점 사실대로 지적한 것"
국민의힘 내에선 김 전 위원장이 보선 이후 당내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국민의힘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이 선거 이후 쇄신은 커녕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당내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했다는 옹호 의견도 있다.
야권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자기 중심적으로 판을 만들고 가고 싶은 것"이라며 "이 당 안에서 본인이 주도하는 판을 짜기에는 어려울 거다.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임기가 끝났고 탄핵 이후 훼손돼 있던 야당이 재보선을 거치며 완벽히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런 상태에서 오히려 거꾸로 당내에서 김 위원장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상태에서 현재 판을 주도할 수 있는 건 본인이 대권 주자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윤 전 총장을 등에 업고 무언가를 해봐야 한다. 그러러면 이 당을 흠집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당내 당권 주자들의 독자적인 목소리도 커졌고 장 외에 있는 보수 인사들의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몰가치성에 대한 비판도 커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김 전 위원장이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은 초선들 몇 정도일 것"이라며 "그것만 갖고 당에서 자기 입지를 만들고 대선 정국에서 자기 공간을 만들어 내기에는 이 사람 욕심이 더 크다. 판을 흔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안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가서 해야 하고, 나가서 하려면 결국 제3지대 신당이란 걸 던져놓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과 다른 세력들을 끌어들이려면 재보선 때 본인이 했던 것과 정반대의 논리로 저 당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무슨 아쉬움이 있는 지 모르겠다"며 "안에 계시던 분이 나가서 그렇게 비판하는 건 좀 듣기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집권에 대해선 비판적인 분 아닌가. 그렇다면 반대편 진영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판단을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당내 상황이 진짜 아사리판이라 김 전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권을 준비한다며 개혁 등의 우선 사항을 다 놔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야권 통합만 외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지난 총선때도 야권 통합만 외치다 대패한 것 아니냐"며 "김 전 위원장이 진짜 자기 정치를 하려고 했으면 뻔하고 좋은 얘기만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초선 의원도 "국민의힘의 문제점이 안 고쳐지니까 말하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사라지니 똑같은 짓을 그대로 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늘 의원총에서도 추후 지도 체제를 얘기해야 하는데 갑자기 합당 찬성을 의제로 던지고 '이 정도면 반대 없으시죠'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게 그게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우려하는 게 다 현실이 되고 있다"며 "그것 가지고 쓴소리 한다고 비판하는데 쓴소리가 아니고 사실 그대로 말하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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