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많이 접해 자연스럽다...끝까지 책임지겠다"
"밥을 먹지 않아 짜증났다...처음에는 훈육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제가 유학을 다녀왔는데, 당시 입양아들을 많이 접해서 저에게는 입양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첫째를 임신하기 전에 입양 비정부기구(NGO) 단체에서도 일했는데, 그때 입양아를 도와주며 마음이 커졌습니다."
생후 16개월만에 사망한 정인 양 양모 장모 씨는 정인양을 입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정인양의 입양 절차를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에도 "대학 재학 중 유명인의 입양 사례를 접해 입양에 긍정적이었다"며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가정의 화목을 실천하겠다. 끝까지 책임질 각오가 돼있다"고 했다.
장씨는 지난해 1월 17일부터 정인양과 동거를 시작했고 지난해 2월 3일 입양 절차를 완료, 정인양의 정식 엄마가 됐다.
◆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장씨는 정인양을 입양한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끔찍한 학대를 자행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정인양이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였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인양 건강이 나빠진 이유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은 이유도 모두 아이가 이유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4 mironj19@newspim.com |
장씨는 "이유식을 먹지 않아 기력이 많이 없는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며 "이유식 거부 시기였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고) 직접 데리고 있으려 했다"고 말했다. 정인양 몸무게가 1개월 만에 약 1kg 감소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유식을 거부해서"라고 했다.
검찰이 재차 묻자 장씨는 울음을 터뜨리며 "정말로 이유식 거부 시기가 와서 그랬다"고 했다. 그는 "3일 정도는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고, 5일까지도 많이 먹지 않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처음부터 정인양을 학대하기 위해 폭행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훈육 차원에서 시작된 손찌검이 폭행과 학대로 이어졌다는 취지다.
"처음에 정인양을 때리거나 소리친 것은 훈육하려고 했던 것이냐"는 변호인 질문에 장씨는 "그렇다. 주의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리거나 어깨 등을 많이 때렸다"며 "뼈를 일부러 골절시키려고 하는 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 추모 화환과 생전 사진이 놓여 있다. 2021.04.14 mironj19@newspim.com |
정인양이 사망한 지난해 10월 13일 아침 장기가 절단될 정도의 학대가 가해진 이유도 아이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인양 탓으로 돌렸다. 변호인이 "정인양이 사망한 날 몹시 짜증이 나 있었던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냐"고 묻자 장씨는 "애가 또 먹지를 않았다"며 "앉은 상태에서 세 차례 양팔을 잡고 흔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집안일과 (첫째 딸) 등원 준비를 하면서 5분 정도에 한 번씩 먹이려고 했는데 또 먹지 않아 앉아있는 아이를 때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쳤고, 돌아누웠을 때 등도 때렸다"고 했다. 다만 정인양을 발로 밟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장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장씨의 심리 검사 결과 정인양을 발로 밟지 않았다는 사실에 거짓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늑골 등 다발성 골절을 입고 심각한 복부손상이 있던 상황에서 정인양을 다시 밟는 경우 사망할 수 있을 것이란 건 일반 성인이라면 당연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양모, 사이코패스 성향 높아"
검찰은 장씨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으로 인해 학대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장씨의 성격적 특성을 보면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거리낌 없이 규칙을 무시한다"며 "타인에 대한 공감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부족하고 죄책감과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부정적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살인죄 처벌 촉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1.04.14 mironj19@newspim.com |
검찰 조사 결과 장씨는 병원으로부터 정인양이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지 받은 직후인 지난해 10월 13일 낮 12시 29분쯤 인터넷 카페에서 진행 중인 어묵 공동구매 주문 확인란에 댓글을 달았다.
정인양이 사망한 다음 날에는 지인 가족과 함께 놀이터에서 여가를 보내고, 정인양 사망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에게는 '하나님이 천사가 하나 더 필요하셨나 봐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양부도 학대 사실 알았을 것"
장씨는 남편인 안모 씨가 정인양에 대한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장씨는 "남편은 살살 '때찌때찌' 했을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안씨는 "손등, 엉덩이 등을 찰싹찰싹 대린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며 "아이가 안 먹는 부분에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때리고 이런 사실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유사한 질문이 반복돼도 안씨는 "폭행한다는 사실은 정말 알지 못했다"며 "그렇게까지 때리는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제가 이혼을 해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부끄럽지만 정말 몰랐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안씨가 지난해 9월 17일 장씨에게 보낸 '(정인이가) 씹는 것에 트라우마 생긴 것은 아니겠지'라는 메시지를 근거로 안씨도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봤다.
그밖에 안씨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안아주면 안 운다'는 장씨 메시지를 받자 '귀찮은 X'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인양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불평에는 '온종일 굶겨보라'고도 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