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서 원자력연 연구팀, 폐기물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
산업계 활용도 높아...작업환경 투자·정부 지원 절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방사성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향후 원전 폐기물 처리 역시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B4C)로 전환해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업사이클링은 단순 재활용을 넘어 새롭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 비용을 낮출 뿐만 아니라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박환서(사진 왼쪽) 한국원자력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장과 이기락 선임연구원이 탄화붕소 중성자흡수체 시제품을 들고 있다. [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 2021.04.13 biggerthanseoul@newspim.com |
박환서 원자력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중인 폐활성탄(약 5000드럼, 200L/드럼)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분말(약 2만드럼, 200L/드럼)을 이용한다.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를 탄화붕소(B4C)로 합성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핵분열을 방지하는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한다.
활성탄은 마이크로웨이브를 흡수하면 발열하는 특성을 가진다. 산업용으로 흔히 쓰이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를 이용,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1500℃ 이상으로 빠르게 가온하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은 휘발해 분리되고 탄화붕소가 형성된다. 탄화붕소는 중성자 흡수능력이 뛰어난 대표적 물질이다.
이같은 운영·해체과정에서 상당량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 중 극저준위 금속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를 담는 지지체까지 제조해 폐기물량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하도록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경감할 수 있어, 3000억원 이상(현재 처분비용 약 1519만원/200L 드럼 기준)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 임계제어용 중성자흡수체로 제조해 활용하면, 중성자흡수체(저장용기 1개당 수천만원)의 구입비용을 절감하고, 사용한 중성자흡수체를 처분하는데 드는 부담도 없앨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해마다 공기정화계통에서 폐활성탄 약 100드럼,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는 붕산도 약 수백드럼 등이 폐기물로 발생한다. 고리1호기 등 원자력발전소 해체과정에서는 배관, 부품 등 금속류 폐기물이 호기 당 수천 드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폐활성탄과 붕산은 전량 새롭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시설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의 경우, 처분부담이 크기 때문에 같이 활용하면 비용 경감효과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부피감용을 위한 탄화붕소(B4C) 전환 처분 기술과 탄화붕소를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실용화하는 것이다. 이후 원전의 해체폐기물 처리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본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계 및 학계와 협력하여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박환서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실장은 "일반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듯, 방사성폐기물도 또 하나의 유용한 자원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커다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실장은 또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기 등을 제작하는 산업계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다만, 방사능 활성에 따른 작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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