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바닥·창호 등 단위별 공사, 한 명의 사업자가 한꺼번에 공사
순위에서 밀리면 '학생 불편해도' 3년간 공사 못해
예산 절감 내세웠지만 '얼마나 줄지' 추정치도 없어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방학마다 실시하는 학교 공사를 '3년에 1회'로 통합하는 방식의 시설 개선을 추진한다. 공사 횟수를 줄이고, 예산의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계획대로라면 학교시설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 학생들의 불편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학교시설 개선은 현실적으로 자격을 갖춘 대형 업체만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 우선순위에서 밀린 학교 공사가 모호한 점 등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2020.11.25 yooksa@newspim.com |
◆공사 횟수 줄여, 학교 부담 줄이겠다는 서울시교육청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각 학교가 매학기 방학에 실시하는 공사를 3년에 1회로 통합하는 '학교 단위 시설개선' 방안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
서울에서는 최근 6년간 평균 631개의 학교가 연속으로 공사를 했다. 잦은 공사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교육과정 운영 및 학생 안전관리에 대한 어려움 등이 있었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 측의 설명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석면공사를 비롯해 냉난방·바닥·창호공사 등 단위사업별로 빈번하게 진행한 공사를 학교단위별로 통합해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교 공사 횟수를 줄이고, 공사로 인한 학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투자' 요인도 제거해 예산집행의 효율성도 향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달 학교별로 사업 신청을 받고 현장 조사를 거쳐 오는 8월까지 시민이 참여하는 현장검증도 실시한다. 시의원, 전문가, 학부모 등이 참여한 우선순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우선순위를 정할 계획이다. 올해는 30개의 시범학교도 운영한다.
◆학교 석면 공사만으로도 시간 걸리는데, 오히려 학생 불편만
문제는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있다. 우선 석면이 남아 있는 학교 공사에 투입될 업체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 앞으로 학교 공사는 하나의 업체에 맡긴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석면제거 업체는 372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석면이 남아있는 서울 학교는 1151개교, 제거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다른 공사와 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냉난방·바닥공사 등과 석면제거를 동시에 하는 업체도 많지 않고, 석면제거 공사 일정 조율도 필요하다.
순위에서 밀리면 냉난방시설 설치와 같은 학교 공사를 3년 동안 할 수 없게 되는 문제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가 '긴급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공사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모순이 생긴다. 얼마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추정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교 공사가 길어지는 이유에는 자격을 갖춘 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있고, 계획대로 학교 공사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석면제거는 시간 소요가 많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측은 통합형 학교시설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담당자는 "우리도 얼마의 예산이 줄어들지는 모른다"며 "다만 공사별로 중첩되는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체적인 예산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면제거와 같은 공사를) 별도로 하지 않고 통합해서 하면 학교도 공사 횟수가 줄고 경제적으로 절감될 것"이라며 "올해 시범사업을 하면 내년부터는 시행착오 없이 안정적으로 구체화해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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