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EC "회계 부실, 정부 연계 기업 상폐 사유"...사실상 中 겨냥
"대내외 규제로 시장 불안 증폭... 당장 불이익 가능성은 낮아"
[편집자] 이 기사는 3월 26일 오후 2시24분 AI가 분석하는 투자서비스 '뉴스핌 라씨로'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미·중 갈등이 확대 조짐을 보이며 미국에 상장한 중국기업 투자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장바구니에 담긴 바이두와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이틀 연속 크게 하락하면서다.
미국은 회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을 상장폐지할 수 있는 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최근 언쟁으로 끝난 미중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직후 이뤄진 조치여서 중국 기업 퇴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에 상장한 중국기업 투자금 대부분이 미국 자본이라는 점,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에 당장의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중국 기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과정 자체가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어 주가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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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사진=바이두] |
◆ 美 SEC, 中 기업 퇴출 겨냥 규제 도입... 바이두·알리바바 등 '흔들'
25일(미국 시간) 뉴욕 증시에서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인 바이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47% 급락하며 204.57달러에 마감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 주가도 2.99%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경제 정상화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지만,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미중 마찰 우려를 피할 수 없었다.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외국기업책임강화법(HFCA Act)'에 따라 미국에 상장한 외국기업의 재무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미·중 긴장관계가 이어지던 지난해 미국 상·하원을 통과했다. 사실상 기업의 정보 누출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온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SEC는 또 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와의 관계는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어 특정 회사가 리스크 노출이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큰 기업의 경우 양국의 정치적 관계에 의해 충분히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돼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가능성이 높아지며 24일(미국 시간) 미국에 상장한 중국기업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반독점법 규제 이슈와 겹치며 텐센트뮤직이 –27.08%로 가장 많이 빠졌고, 주요 기술주인 아이치이(-19.85%), 샤오펑(-15.08%), KE홀딩스(-12.94%), 바이두(-8.55%), 알리바바(-3.40%), 니오(-10.25%), 핀둬둬(-8.73%) 등이 하락했다.
이튿날인 25일 주가 흐름은 극명하게 갈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전기 충전소 등을 언급하며 니오(+2.65%) 와 샤오펑(+5.45%) 등이 반등했다. 반면 아이치이(-13.34%)와 텐센트뮤직(-12.17%) 등은 이틀 연속 낙폭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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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들 "미중 갈등에 불안감 증폭... 당장 상폐까진 어려울 듯"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5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장바구니에서 바이두의 보관액은 2억4928만 달러(약 2824억 원)에 달한다. 알리바바 역시 2억2622달러(약 2563억 원)로 적지 않은 규모다. 미국발 악재에 홍콩 및 중국 본토에 이중 상장한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부각되며 한동안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될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라며 "중국 증시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장중 중국 증시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조치가 당장 중국기업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정 상 SEC에서 문제 있는 기업에 이의를 제기하면 기업이 90일 이내에 반박하는 형태로 행정 과정이 있다. 당장 '상장폐지 하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큰 회사일수록 과정이 길어지면서 당장의 불이익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대신 과정 자체가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어 주가 측면에서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플랫폼주의 실적은 다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은 실적보다는 대내외 규제이슈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기업(ADR)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미국인들"이라며 "중국기업 규제는 예전부터 추진하던 문제인데 단기적 시행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