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으로 만든 단기일자리 한계
질 좋은 정규직 고용 창출해야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올해처럼 조류독감으로 인해 계란공급이 크게 부족해지면 정부는 병아리를 수입한다. 흔히 계란을 대량 수입해 가격을 잡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살처분한 산란계만큼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야만 예전의 안정적인 생산량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폭등한 계란값을 잡는데에는 적어도 6~8개월이 소요된다.
민경하 경제부 기자 |
일시적인 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 어쩌면 간단한 답이겠지만 지난 1년간 정부의 고용대책은 간단한 답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만3000명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다. 이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지난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래 최장 기록이다.
고용률은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했고 실업률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했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구직활동없이 쉰 '쉬었음' 인구는 235만7000명으로 지난 2003년 이후 2월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2월 기준 역대 최고인 28.6%를 기록했다.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시행으로 65세 이상 고용률만 유일하게 상승(60세 이상은 감소)했다.
암담한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용시장 어려움이 눈에 띄게 완화됐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취업자 수 감소폭이 지난 1월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대면서비스업 고용이 빠르게 회복했고 정부일자리 사업도 본격 착수돼 어려움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최악에서 최악으로 나아진 상황을 두고 완화됐다는 표현은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정부일자리 사업이 고용 어려움 해소에 기여했다고 인식하는 부총리의 자세다.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 해석이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이유는 뭘까. 지난 1년간 정부가 내놓은 고용대책은 세금으로 임시일자리를 만드는 직접일자리 대책에 집중돼있었다.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대개 3~6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단순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단기알바'로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일자리 100만개를 공급했다 해도 내가 지원할 일자리는 더 줄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올해도 내놓은 대책은 똑같다.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고용 활성화 방안'도 기존 청년 고용정책을 확대하고 직접일자리 사업 규모를 늘린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도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이 대거 포함돼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에 반영된 27만5000개의 직접일자리는 대부분 취업연계조건이 없는 단순 알바이거나 이미 기업체가 채용계획이 있는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세금퍼주기 사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개 없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상황이 말그대로 '고용쇼크'를 야기했기에 당장의 급한 불을 꺼야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도 1년이 흘렀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임박했다.
이제는 세금으로 만든 임시 일자리 대신 기업과 경제활동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시적인 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 또 다른 '단기알바' 대신 기업들의 고용촉진, 일자리 미스매칭 등 좀 더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