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운영과장 A씨 유족, 공단 상대 소송
"업무-질병 인과관계 인정"…원심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년간 택배기사로 일하면서 과로가 누적돼 질병이 발생한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 없이 입원 치료와 업무 복귀를 반복하던 중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1995년 한진택배에 입사해 약 9년간 택배기사로 근무하다 2009년부터는 부천택배센터에서 물류감독을 담당하는 운영과장직을 맡았다. 그는 2014년 미만성 막성 사구체신염이 있는 신증후군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와 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병가 중인 이듬해 1월 폐렴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A씨의 발병 및 악화가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해당 질병의 직업적 요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 업무 관련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했고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심사 청구도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악화라고 판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발병 전까지 회사에서 19년 동안 건강에 별다른 문제없이 성실하게 근무해왔고 발병 이후 안정 내지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입원 치료 후 하루 정도 쉬거나 입원 치료 후 바로 출근해 업무에 복귀해 평소와 같이 근무했다"며 "심지어 입원 중에도 업무용 노트북을 이용해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을 치료하는 기간 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상당한 신체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인다"며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악화되고 심한 합병증까지 발생해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의 소견에도 객관적인 오류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그러나 A씨의 발병 및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발병 전후로 A씨가 수행한 업무가 육체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보기 어렵고 A씨의 폐렴 발병은 개인적 요인과 면역억제제 치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은 "A씨의 질병은 망인이 신장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과로의 누적으로 발병했다"며 "이후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상사와의 갈등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가 질병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악화돼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요인 외에는 질병이 급격하게 악화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며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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