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동선 사회문화부장 = 자율주행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계획대로라면 당장 이달에 혼다가 레벨3(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차 '레전드'를 내놓는다. 현대자동차도 내년에 같은 수준의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부분 자동화(레벨2) 수준이던 기존 테슬라 차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다.
통상 운전자동화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에 따라 레벨0~5까지 총 6단계로 나뉘는데 레벨2까지는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구분하고, 레벨3부터 자율주행차로 정의한다. 관련 인프라도 속속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레벨5) 전단계인 레벨4(고도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1조976억원을 투입해 관련 분야의 기술개발(R&D)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동선 사회문화부장 |
자율주행차는 '첨단기술의 집합체'로 불린다. 자율주행 자동차 자체에 최첨단 제어기술이 탑재되는 것은 당연하다. 도로의 형태와 차선, 신호 등을 정확히 감별해야 하고 다른 자동차는 물론 도로주변 사물과 사람을 인지하고 상황에 맞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이 그야말로 자동차의 눈과 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일보하는 기술과 함께 인프라까지 최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어서 머지않아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자율주행과 관련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로 불리는 난제다. 트롤리 딜레마는 다섯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도덕적·윤리적으로 허용 가능한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다.
운전자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극단의 사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치환할 수 있다. 제동거리를 감안할 때 그대로 직진하면 전방에 있는 보행자를 치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급하게 왼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보도에 있는 사람들이 화를 면할 수 없고 설상가상 오른쪽은 낭떠러지다. 극단의 상황에서 자동차는 누구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차 안에 있는 운전하지 않는 운전자(탑승자)의 희생을 감수할 것인가. 죽느냐 죽이느냐 그것이 문제인 자율주행차의 고민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였던 햄릿보다 더 깊을 수 있겠다.
결은 다르지만 트롤리의 딜레마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특히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선거판은 그야말로 후보들간에 죽느냐, 죽이느냐를 건 사생결단의 전장이다. 민망한 성추문으로 궐석이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가 딱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주 경선을 통해 각 당 후보가 확정됐다. 선거 때면 늘상 그렇듯 이번에도 각 진영별로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 실제 대진표가 완성될 전망이다. 특히 범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당 안철수 두 예비후보간 단일화가 관심이다. 오는 18~19일이 후보 등록일인 만큼 다음주까지 단일화 방법, 시기, 기호 등을 놓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도 정확히 1년 남았다.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지난주 전격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출전' 여부다. 윤 전 총장의 사퇴는 사실상 정계입문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사퇴의 변은 그의 정치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권력수사 등을 두고 정권과 각을 세우다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사퇴한 만큼 어떤 식이든 향후 대선 정국에서 범야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속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제1야당의 입장에선 윤 전 총장 영입이나 그와의 연대가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앞으로 한달간 보궐선거, 그리고 그 후 1년간 본격 대선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권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정치판에서 '상생' 따위는 기대하기 힘들다. 저마다 시민과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자신들에 유리한 해법을 내놓고는 그마저 말잔치에 그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지 않았던가. 소모적인 정쟁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여당 인사를 뽑자니 불필요한 선거의 원인 제공을 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 제시 없이 정쟁의 소용돌이로 휘몰릴 게 뻔한 야권인사를 지지하는 것도 마뜩잖다. 유권자들은 선거때 최선의 후보를 골라야 한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유권자들이 그나마 최악 대신 차악을 뽑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게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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