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 세계 주요국 국채 금리가 또다시 상승하면서 4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 채 세계증시가 하락하고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과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확대에 힘입어 강력한 경제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은 지난주 1.614%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번 주 후퇴했다가 다시 고점으로 올랐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 10년물 수익률도 미국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전 세계 50여개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 전세계지수는 0.5% 내리며 3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유럽증시 초반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0.5% 내리고 있으며, 앞서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1.8%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1% 내리며 지난달 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 기대에 밸류에이션이 치솟은 기술주들이 하방 압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츠의 투자 책임자 제임스 애세이는 "최근 연준 관계자들은 국채 금리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지 않으며 즉각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전혀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한국시간으로 5일 새벽 2시 5분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고용서밋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번 연설은 오는 16~17일 연준 정책회의 이전 마지막 공식 발언이다.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관계자들은 최근 국채 금리 상승 우려를 일축해 왔으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만은 지난 2일 급격한 국채 금리 상승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자본 규제 수단인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을 수정해 은행들이 채권을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꺾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루 마사히코는 "SLR 관련 규제 문제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시장은 안정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으려는 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가 이달 414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한다는 소식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로, 가뜩이나 국채 금리 상승이 시장을 옥죄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 물량이 풀리면 시장 부담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향후 수개월 간 미국 경제가 여타 주요국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미달러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는 이날 엔 대비 107.33엔으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커먼웰스뱅크의 국제경제 헤드인 조셉 캐퍼소는 "올해 초부터 달러/엔 환율은 일방통행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여타 안전자산 통화들은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스위스프랑은 미달러 대비 5개월 만에 최저치, 유로 대비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상품시장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금 현물 가격이 전날 온스당 1702.8달러로 9개월 만에 최저치 부근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이틀 연속 상승 중이다. 미국 원유 재고가 감소한 데다, 감산 합의체인 OPEC+가 이날 회의에서 증산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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