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로 품목 허가에 대한 절차적 문제는 없어
일부 종교·시민단체서는 여전히 전면 반대 주장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현대약품이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을 국내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향후 국내 허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낙태죄가 사문화되면서 품목 허가에는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지만 일부 종교단체의 종교적 신념과 시민단체, 의료계 등의 부작용 및 국내 임상 후 허가 등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어 실제 허가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은 길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월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10.08 yooksa@newspim.com |
◆ 낙태죄 헌법불합치로 품목 허가 막는 제도적 장벽 없어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최근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와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의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콤비 제품으로 '미프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경구용 임신중단의약품은 없다. 그동안 경구용 임신중단 의약품이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은 낙태죄가 헌법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임신중단에 대해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공익을 해칠 수 있는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가 불가능했는데, 낙태죄가 폐지되면서 미프진의 품목 허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후 국회와 여성계를 중심으로 임신중단 의약품에 대한 수입 및 허가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번에 현대약품이 미프진의 국내 판권을 독점 획득하게 됐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임신중단약물을 구입해 복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복용 용량과 방법, 복용 금기대상 등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며 "이번 약물 도입은 여성들의 안전을 고려한 선택이었고 향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약이 복용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품목 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처에서도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미프진의 허가에 법적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낙태죄 후속 입법을 위한 모자보건법이 계류 중인 상태지만 미프진 자체가 초기 임신(임신 후 70일)에 사용하는 만큼 후속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허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프진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30년 이상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토된 측면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익상에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 품목허가가 어려웠는데 낙태죄의 헌법불합치로 해당 규정의 효과가 없어 미프진의 허가가 가능하다"며 "모자보건법이 통과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프진이 초기 임신중단에 효과가 있는 약이기 때문에 허가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일부 종교단체 반대...의료계서도 신중론 제기
걸림돌은 여론이다. 미프진 국내 도입에 대해 품목 허가와 같은 절차 문제보다는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의료계 등에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부 종교단체의 경우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고 시민단체와 의료계 등에서는 부작용, 국내 임상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낙태합법화를 반대하는 바른여성인권연합 등이 포함된 단체인 프로라이프는 "미프진은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 외에도 과다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부작용 문제의 경우 미프진 복용으로 인한 출혈은 자궁내막이 파괴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약리작용이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설명이어서 반대 의견에 대한 현대약품 측의 논리전개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의 국내 임상시험을 통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에 대해서는 난관 돌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나아가 임신중단의 경우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이나 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건보 적용이 아닌 비급여로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숙제도 만만치 않다.
한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약물낙태의 경우 국내 임상시험 후 신중한 검토를 통해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라며 "국내 도입 시에는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약품 측은 "품목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식약처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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