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우‧박원곤‧정대진, 외교안보 전문가 3인 인터뷰
신종우 "남북관계 공염불만"‧박원곤 "대북 영향력 상실"
정대진 "대북정책 일관적 추진 긍정 평가"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곧 4주년이 된다. 오는 3월 8일은 차기 대선을 꼭 1년 남겨둔 시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남북관계의 현 주소는 어디일까.
뉴스핌은 외교안보‧대북 전문가 3인과의 일대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4년간의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진단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모두 "현재의 남북관계는 2018년 평양정상회담과 9‧19 남북군사합의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한미, 그리고 남북간 비핵화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한다", "북한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멈추고 할 말은 확실히 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
다음은 외교안보‧대북 전문가 3인과의 일문일답 전문.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내세우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굉장히 강조했고, 2018년엔 9‧19 합의도 체결했다. 9‧19 합의 이후 실제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기도 했지만, 지금 현재는 아닌 것 같다. 현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 달라.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이하 신): 긴장이 완화된 것이 없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만 안 쐈을 뿐,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다 했고 일부는 전력화도 임박했다. 그동안 비핵화 관련 회담이 있었지만, 북한은 무기개발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금도 북한이 바이든 신 행정부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을 뿐, 긴장 완화된 것은 아니다. 3월에 한미연합훈련을 하게 되면 그걸 빌미로 도발할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이하 박): 전반적으로 한반도 상황이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오히려 더 심각해 졌다고 볼 수도 있다. 2018년부터 2019년 초반까지 경험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확실히 중단됐고 퇴화됐다.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게 크게 의미를 찾기는 어려운 상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이하 정): 9‧19 합의가 역사적 이정표가 됐고 합의의 초기 이행은 대부분 됐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같이 이행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행된 것도 있다는 건 있는 대로 평가를 해야 한다. 다만 현 상황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봐야 한다. 상황이 나쁜 건 맞다.
-상황이 안 좋아진 귀책사유는 누구에게 있다고 보는가?
▲신: 우리 정부. 정부가 대북 정책을 진행하면서 북한에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제재 완화는 미국의 동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데, 그것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게다가 (국민들에게도) 내일 모레 당장 비핵화가 되고, 남북평화가 올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트럼프 정부에도 일부 귀책사유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홍보와 치적쌓기에 이용만 했다. 진정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바란 것 같지 않다.
▲박: 모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 먼저 북한은 정말 얼마나 진지하게 비핵화를 추진했느냐 물어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적절히 대응 못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잘못이 있다. 2019년에 총 13차례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었는데, 전혀 문제제기 안 했다. 지난해 연락사무소 폭파시켰을 때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때도 제대로 문제제기를 못 했다. 북한이 도발적 행동과 언사를 했음에도 무조건 다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다 상실했다. 북한에게 마치 '남한은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는 존재'인 듯한 인식을 심어 줬다. 우리가 북한을 추동하고 끌어내려면 적당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한데, 끊임 없이 당근만 줬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진정성이 없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단기적인 접근만 했다.
▲정: 트럼프 정부에 전적으로 귀책사유가 있다. '하노이 노딜'(2019년 2월)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작품이 아닌가. 미국이 잘못이란 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못이다. 그때 바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궤도를 이탈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고 있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A부터 E까지 점수를 매긴다면?
▲신: E. 물론 미국,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있었지만 사실상 '빵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비핵화에 대한 한국, 미국, 북한의 개념이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북한의 속내를 모른 채 우리는 너무 쉽게 "북한이 이 정도 하면 미국이 제재를 풀어주겠지"라고 생각했다. 너무 장밋빛 얘기만 했고, 공염불만 했다.
▲박: C. 2017~2018년 그 기간만 보면 B+ 정도는 된다. 특히 2017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하고 그랬는데, 거기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동시에 대화의 문은 열어 뒀다.
그런데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D나 E에 가까울 정도의 대북정책을 보여 줬다. 대북정책이란 게 없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C 점수를 매기고 싶다.
▲정: B. 대북정책의 원칙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관성 있게 견지하고 추진한 점은 좋았다. 9‧19 합의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폐기는 안 했다. 그러면 나중에 우호적인 주변 여건이 조성되면 바로 이행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다른 대외관계, 예를 들어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정책에 함몰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