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편지 공개..."혹독한 시간 보낼 딸 생각에 가슴 아파"
"북한, 납북자 생명 정치·외교적 거래수단 삼지 말아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납북 일본인의 상징인 요코다 메구미 씨의 모친이 딸에 대한 그리움과 재회의 희망을 담은 편지를 공개했다. 모친 요코다 사키에 씨는 편지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과 협력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사키에 씨는 최근 85세 생일을 맞아 딸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이 2017년 11월 6일 일본을 방문해, 납치피해자 가족모임과 면담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앞줄 맨 오른쪽이 요코다 메구미 씨의 모친인 요코다 사키에 씨.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사키에 씨는 매해 자신의 생일을 맞아 딸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면서 딸에 대한 그리움을 표시하고 일본, 미국 정부에 납북자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호소해 왔다.
특히 올해 편지에는 딸을 북한에서 구출하기 위해 지난 40여 년을 함께 일해 온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데 대한 애잔함도 녹아 있다.
사키에 씨는 편지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전날, 네가 있던 우리 집은 언제나 활기로 가득 찼단다. 이제 나는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 졌고, 더 자주 지난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단다. 그리고 늘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구나. 왜 이 긴 세월, 나는 너를 구출해 내지 못한 걸까?"라며 한탄했다.
이어 "일본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 고생했지만 너와 다른 납북자들이 북한에서 보낼 혹독한 시간을 생각하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밝혔다.
또 "너의 아버지가 떠난 이후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면서, "매일 아침 환하게 웃고 있는 남편의 사진을 보며 인사를 하고 오늘도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일본 정부와 새롭게 들어선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호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키에 씨는 편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납북자 문제 해결에 열의를 보이고 있고 납북자 피해자와 가족들을 걱정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뒤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잇게 되면서 희망의 빛이 계속 보인다"며 "하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의 징후가 없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국가적 수치가 될 것"이라며 "일본 국민들도 납북자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겨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북한은 납북자들의 생명을 정치적, 외교적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딸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사키에 씨는 "아무리 쇠약해져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건강하고 재회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5월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구미 씨는 지난 1977년 11월, 당시 13살 나이에 일본 니카타현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실종됐다.
북한은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 시, 메구미 씨의 납북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2년 후 고이즈미 전 총리가 두 번째 방북을 했을 때 메구미 씨가 우울증을 겪다 자살했다며 유골을 일본 측에 넘겼다.
하지만 DNA 감정 결과 이 유골은 가짜로 밝혀졌고, 지금까지 메구미 씨의 정확한 생사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일본 정부는 납북자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납북자는 모두 17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으로 돌아왔다.
북한은 나머지 12명에 대해서는 8명은 이미 숨졌고, 다른 4명은 당초 북한에 온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 같은 북한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