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불을 지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잡아 하나님께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화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4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에 사는 한모(49·여) 씨는 지난해 4월 19일 "불을 지르면 코로나19를 잡아 하나님께 복음을 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집 주방에 있던 인덕션 위에 전선, 종이, 휴지 등을 올려놓고 전원 버튼을 눌러 불을 붙였다.
서울북부지법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인덕션에서 불꽃이 피어올랐으나 불은 다행히 인덕션, 배기 후드 등이 있는 주방 일부를 그을린 후 자연 진화됐다.
한씨는 1994년부터 지난해 3월 말까지 조현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환청, 망상 등으로 약물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씨는 사건 발생 당시 다니던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병원에 들르지 못했고, 결국 약을 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는 경찰에서 "뭔가 이렇게 시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전날인 지난해 4월 18일에는 "한모(자신의 이름)이 기도를 하게 했다"는 등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건물에 달린 폐쇄회로(CC)TV를 손으로 때려 부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화 범행은 무고한 다수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빌라 건물에는 한씨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 자칫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다만 "한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한씨가 약물 복용을 일시 중단하기 전에는 범죄전력이 없었던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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