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동의 및 지구지정, 착공·입주까지 최소 5년
사업 지체시 더 걸릴수도...택지지구도 사업구조상 비슷한 시일걸려
83만가구 공급계획은 '희망고문' 지적도...실공급은 미지수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2·4대책'으로 5년 안에 주택 83만가구를 공급한다지만 30% 정도가 집주인 동의가 있어야 가능해 시장에선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많아요. 특히 공공기관 참여에 거부감이 큰 강남권 정비사업은 아직 관심을 보이는 단지가 없네요."(서울 서초 반포동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당분간 집을 사지 말라는 신호를 줬지만 단기간에 수급불균형은 해소하기 어려워 집값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내 전국에 83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도 집주인 동의가 없이는 이뤄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에 시행을 맡겨야 하는 방식에 강남권 단지의 거부감이 큰 상태다. 정부의 희망대로 물량 확보가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다.
집주인 동의와 지구지정을 비롯해 설계, 착공까지 최소 5년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정비구역 후보지 222곳은 현금청산 가능성이 불거진 만큼 주택 수요자가 결국 신축 아파트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 84만가구 공급 목표지만 실현 가능성 미지수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공공기관 직접 시행 방식의 정비사업이 시장에 연착륙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이번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도입하는 것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공공 주도로 정비사업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용적률 최고 700%라는 혜택을 주면서 시행권을 공공기관이 받아 사업을 벌인다.
이런 개발사업의 추진 후보지는 222곳으로 정해졌다. 공공주택 복합사업 대상인 역세권은 117곳, 준공업지역은 17곳, 저층 주거지역은 21곳으로 총 155곳이다. 나머지 67곳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다. 구체적인 사업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권역별로 ▲동남권 25개소 ▲동북권 9개소 ▲도심권 10개소 ▲서북권 1개소 ▲서남권 22개소가 추려졌다.
문제는 집주인의 참여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도만 공개된 상황이고 인센티브도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거부감이 커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포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반포동 일대를 포함해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공공기관 직접 시행에 관심을 두는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과이익환수제 감면과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가 있다지만 정비사업 과정에 집주인 의견이 배제되고 임대주택 비중이 증가하는 등으로 거부감이 꽤 크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정비사업이나 10년 넘게 사업진행이 멈춘 곳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강남이나 입지가 좋은 사업장은 큰 호응을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공급계획 물량에 허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사업 진행에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앞서 정부가 새로운 모델로 제시한 공공재건축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작년 신청 접수에서는 15곳에 불과했다. 이른바 '강남3구'에서는 신청 단지가 나오지 않았다. 기존 공공재건축보다 혜택을 늘렸다지만 공공 주도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유권 침해가 클 것이란 거부감이 반영됐다.
그럼에도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시장 안정화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대책 이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공급 목표치인 26만가구도 보수적인 추정치라는 것이다. 공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집값 안정화가 나타나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란 게 변 장관의 판단이다.
◆ 공공주도 사업에 재건축·빌라 투자 불안...신축 재급등 가능성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참여율을 떠나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이 어렵다는 점에서 수급불균형 현상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정부의 공공기관 주도 정비사업은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집주인 동의가 지지부진하면 사업 기간이 더 길어진다. 경기도와 인천에 새로 지정하려는 택지지구 사업도 마찬가지다. 토지수용과 지구지정·설계·착공하려면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신축 아파트로 주택 매수세가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위험)이 덜하고 공급·입주물량 부족 현상에 추가적인 집값 상승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역세권 개발 추진에 투자 수요가 몰렸던 빌라·다세대 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신축 아파트 선호가 높아지는 이유다.
마포구 합정역 인근 B공인중개소 실장은 "정부가 역세권·저층 주거지를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는 얘기에 최근 빌라·다세대를 찾는 수요가 많았으나 신규 투자자에 대해 현금 청산한다는 2·4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끊겼다"며 "재건축도 집주인 의지도 달라 공공 주도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어 결국 신축 및 신축급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