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라오쯔하오 처음 선전 증시에 IPO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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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매일 7만 개 1년에 2700만 개의 가위를 판매하는 회사, 1915년 파나마 만국 박람회 대상 수상 기업, 400년 연륜의 라오쯔하오(老字號, 유서깊은 유명 전통 브랜드), 명 청시대 여성들의 필수 혼수품'.
세기를 뛰어넘는 '가위의 전설' 장샤오취안(張小泉, 장소천)이 2021년 2월 2일 선전 거래소 창업판(創業板)에 IPO를 신청, 투자자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장샤오취안이 '제 2 창업'으로 여기는 이번 증시 상장이 성공하면 중국 A주 시장에 첫 번째 가위 주식(종목)이 탄생하는 셈이다.
장샤오취안은 2월 2일 제출한 IPO 신청서에서 주식 3900만 주를 공개 발행해 4억 6000만 위안의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중권업계는 이 회사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적이 안정적이고 양호하다며 IPO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O 신청서에 따르면 장샤오취안의 매출은 2017년~2019년 각각 3억 4100만 위안, 4억 1000만 위안, 4억 8400만 위안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1~6월 반년 판매액도 2억 5100만 위안에 달했다. 2017년~2019년 이익은 4841만 위안, 4380만 위안, 7230만 위안을 기록했다.
기술 문턱이 낮다는게 성장성 면에서 취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장샤오취안은 연구개발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는 설계와 연구개발 및 생산 판매 서비스를 망라하는 일관 체제를 구축하고, 특히 연구개발에 역점을 쏟고 있다.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이 전 종업원의 12.69%를 차지하고 있고, 매출액의 3.47%를 매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1.02.03 chk@newspim.com |
장샤오취안의 주요 생산 제품은 가위와 주방용 칼 등이다. 전체 매출가운데 가위가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며, 제2 주력 제품인 주방용 칼을 포함할 경우 양대 제품의 매출 비중은 84%를 넘는다. 독자 브랜드도 생산하지만 현재 OEM 생산이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1년에 약 2700만 자루의 가위를 만들어 판매한다. 1년 내내 매일 대략 7만 개가 팔려나가는 셈이다. 연매출은 2019년 기준 4억 8400만 위안에 이른다. 가위는 단순 기술 제품이지만 수익이 괜찮은 장사다. 한 자루의 가위를 만드는 데에는 비용이 채 6위안도 안든다. 장샤오취안으로 볼때 연간 약 5억 위안의 매출에 매출 총이익률이 약 40%에 달한다는 얘기다.
과거엔 전문점과 주방용품 가게 등에서 많이 판매됐으나 시대 변화에 따라 지금은 인터넷 판매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익 구조도 그만큼 개선되고 있다. 2019년에는 인터넷 판매 비중이 39% 였으나 코로나19 발생 후 비대면 시대가 촉진되면서 2020년 상반기 인터넷 판매 비중은 50.77%로 증가했다.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텐마오 플랫폼에서 장샤오취안의 인기 제품 판매 가격은 79위안 정도다.
장사오취안 가위는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를 기반으로 명나라 때인 17세기에 출범한 400년 가까운 라오쯔하오다. 시진핑 국가 주석도 예전 저장성 서기 재직 시절 회사를 둘러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명나라 숭정제 때인 1628년 무렵 궁궐 진상품으로 이름을 떨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일찌기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에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바 있고 1926년 미국 필라델피아 세계 박람회에도 참가해 일찌감치 '중국 제조'의 명예를 떨쳤다. 현대적 기업으로서의 장샤오취안 고분 유한공사(張小泉股份有限公司)는 1950년대에 설립됐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2021.02.03 chk@newspim.com |
장샤오취안은 2006년 국무원으로 부터 제1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 칭호를 획득했고, 이해 상무부에 의해 '중화라오쯔하오(유서깊은 전통 브랜드)' 타이틀을 받았다. 현재 이 회사는 민영기업으로서 푸춘(富春) 지주그룹을 지배 주주로 하고 있으며 중국 전체 라오쯔하오 브랜드 100강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등록 기준 약 7400여 개의 가위 기업이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별로는 장쑤성에 제일 많은 1126개의 가위기업이 있으며 그 다음으로 저장성과 광둥성에 각각 823개 사와 782개 사의 가위 회사가 가위와 주방용 칼 등을 주요 아이템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가운데 이번에 IPO를 신청한 장샤오취안 가위의 경쟁 상대로는 왕마쯔(王麻子) 솽리런(双立人) 양장스바쯔(陽江十八子) 아이스다(愛仕達) 등이 있다. 중국 가위 업계에서는 장샤오취안 브랜드의 유명세를 드러내는 말로 '북쪽에 왕마쯔가 있다면 남쪽(항저우)에 장샤오취안이 있다'는 애기가 나돈다.
중국 본토 증시 A주 시장에는 현재 약 50개에 달하는 라오쯔하오 기업이 상장돼 있다. 'A주 황제' 구이저우마오타이와 해천미업 등이 가장 잘 나가는 간판격 라오쯔하오 상장사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4000여 개 상장사중 주가와 시가총액이 모두 최대인 회사이고, 장류 조미료 라오쯔하오인 해천미업은 상장 7년 만에 시가가 6000억 위안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물론 중국 증시 라오쯔하오 상장기업중에도 실적이 저조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들도 더러 있다. 중의약 동인당(同仁堂, 퉁런탕)과 동아아교(東阿阿胶,둥아아자오 ) 베이징 덕(베이징 카오 야)으로 유명한 전취덕(全聚德, 취안쥐더) 등은 2019년에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또 중의약 중경동군각(重慶桐君閣, 충징퉁쥔거)와 신삼판에 등록된 텐진 만두 라오쯔하오 거우부리(狗不理)는 시장 퇴출이라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