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자제한' 제안,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 없어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추가 연장 등 협의중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정치권의 '은행 이자 제한' 제안 등 잇단 금융권 간섭에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난감한 입장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전 금융권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취해왔지만, 부실을 우려한 은행들의 반발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홍익표 더불어민주장 정책위의장이 제기한 '은행권 이자 제한' 발언은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이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검토하라고 지시가 오거나 사전 협의가 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은행 이자제한이) 금융당국 팔 비튼다고 될 이슈는 아니지 않느냐, 향후 논의가 한참 숙성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01.20 tack@newspim.com |
은행 이자 제한은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은행권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이익공유제' 문제를 꺼낸 이낙연민주당 대표 조차 금융권 이자제한 문제가 파장이 커지자 전날 "이자까지 정치가 관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금융권 압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하소연이 있다"며 예대금리차 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에선 은행권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 완화를 언급하는 등 '정치 금융'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금융업의 본질을 이해 못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발언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현재 부실 우려를 감수하고서도 대출만기나 이자상환 유예 같은 정부정책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 금융권의 입장도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재 당초 3월까지였던 코로나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를 추가 재연장하는 방안을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다. 부실위험을 우려한 은행권의 반발을 누그러트리면서 최대한 정부정책에 협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다 어려운 현 상황으로 봐서는 만기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금융권의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볼 때 충분히 감내할 수준으로 판단되며, 또 대부분 많은 차주들이 돈을 갚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다시 한번 만기연장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은행들은 그러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추가로 연장하는 것은 부실 위험을 키울수 있어 상당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일괄적인 만기 연장과 유예 조치보다는 차주 상황에 따라 분할 납입하거나 이자는 상환토록 하는 등의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여당의 '이자 제한' 추진은 금융업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반시장적 발상이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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