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6조원에서 이달 20조원으로 '껑충'
금융당국, 규준 개정으로 금리 내려 빚투 유발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열풍이 올해 더 뜨거워지면서 일명 '빚투'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본격적인 빚투 20조원 시대가 열렸다는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특히 쾌재를 불러야 할 증권사들은 최근 이자율 인하로 기대보다 이자 수익이 줄어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0조1319억원, 코스닥시장 9조9903억원 등 전체 20조122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공여 잔고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린 금액을 말한다.
[표=금융투자협회] |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해 3월 25일 6조4075억원에서 지난 5월 들어 처음으로 10조를 넘었다. 이후 꾸준히 늘기 시작해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19조원까지 올라섰다. 신용공여 잔고 최고치는 지난달 24일 19조4536억원이었으나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0조원을 넘어섰다.
빚투는 증시 호황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시장이 쇠퇴기에 접어들거나 폭락장을 맞이할 경우,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앞서 증권사들도 신용공여 잔고가 지난해 9월 18조원에 육박하자 반대매매 등 부작용을 우려해 신규 신용융자 약정을 중단한바 있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뒤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조치를 말한다. 반대매매가 빈번히 이뤄지면 주식이 저평가 되는 경향이 짙어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신용융자금을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통한 주식 매수는 주가가 상승하면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일반적인 현금거래에 비해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차입을 통한 주식매수는 반대매매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고 단기 주가 급등 이후 단기 반전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난해 쏠쏠한 이자수익을 챙겼던 증권사들은 역대 최대 수준의 빚투에도 이자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씁씁하다. 지난해 신용융자 이자율이 대폭 조정되면서 이자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올라온 28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5.31%(1~7일)~8.26%(180일 초과)로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8월 말과 비교하면 0.44%p(1~7일)~0.49%p(180일 초과)나 내려간 수치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빚투의 가파른 증가세에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내린 데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0월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개정한 영향이 크다. 당초 이자율 산정은 증권사들이 조달금리와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시중금리와 큰 차이를 보이면서 금융당국 등이 규준 개정을 추진했다.
새롭게 개정된 규준은 깜깜이 이자로 불렸던 '조달금리' 대신 기준금리를 적용하고 매월 기준금리를 재산정하도록 규정했다. 적절한 시기에 시장상황을 반영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설정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조달금리는 증권사가 조달자금 구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산정했으나 그간 산정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내려가는 덕분에 반가운 정책 변화지만, 증권사들은 쓴맛만 다시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자율이 0.5% 가까이 줄면서 수익 측면에선 기대에 크게 못 미치게 됐다"며 "기존 금리와 비교했을 때 이자수익이 한 달 기준 3~5% 수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증권사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빚투가 큰 폭으로 늘면서 정부에서는 은행과 증권사에 대출을 규제하라고 해놓고 신용거래융자 이자는 낮추게 했다"며 "다만 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하다 보니 증권사들이 별다른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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