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잉글랜드 비리그 8부팀 마린FC가 돌연, 전세계적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리미어리그(EPL)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11일 오전2시(한국시간) 머지사이드주 크로즈비에 위치한 마린 트레블 아레나서 2020~2021시즌 잉글랜드 FA컵 64강전(3라운드)를 치른다.
마린 FC와의 FA컵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8부팀 마린 FC의 홈구장. [사진= 마린 FC SNS] |
벌써부터 많은 이들은 마린FC의 팬으로 나섰다. 현 에버튼 감독 안첼로티와 '리버풀 출신 방송인' 제이미 캐로거가 이미 공식지지 선언을 했다. 이름도 잘 모르는 8부팀을 말이다. 이유는 마린FC의 절박한 상황 때문이다.
토트넘과의 맞대결로 비로소 알려진 마린은 수주일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토트넘과의 경기를 끝으로 재정적 어려움으로 선수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소식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실제로 마린FC의 1주일 구단 운영비는 10만파운드(약 1억4000만원)선이다. 토트넘과의 중계 수수료는 마린으로선 큰 금액인 75000파운드(약 1억1000만원), 선수 주급이 100~300파운드(14만원~44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팀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가 비리그 시절 주급으론 생활 할수 없어 건설현장에서 부업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 관중 수입 등이 '0'인 상황에서 마린 구단주는 선수들에 대한 '일시해고'를 예고했다. 12월 이후 단 한 경기도 치루지 못했다. 선수 저마다 본업이 따로 있기에 연습도 제대로 못했다. 올해 비리그 경기가 거의 취소됐기에 구단의 존립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 인근 리버풀, 에버튼 등이 연습장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고 지역 팬들의 마음을 담은 선물들이 전해졌다. 마린은 리버풀 인근에 위치한 잉글랜드 북서부 해안 도시에 위치한 지역 구단이다.
특히, 팀 해체를 막기 위해 '가상 티켓 판매'라는 묘안이 나왔다.
팬들은 코로나19 상황이라 직접 관전을 못하지만 마린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가상 티켓'을 샀다. 다행히 마린의 어려운 사정이 잘 알려져 10일 오후6시 현재 10000장이나 팔았다. 지금까지 마린FC 홈구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표는 6000여석 남짓이었다. 그만큼 마린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표현된 수치다.
마린은 '가상 티켓'으로 12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라는 1주일치가 넘는 운영비를 벌었다. 여기에 토트넘 경기 중계권료 75000파운드을 합해 '20만파운드(약 2억9600만원)'라는 큰 금액을 벌었다. '구단 해고'라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10000장의 티켓을 팔았다'라는 소식을 전한 마린은 공식 SNS를 통해 "너무 감사한다. 축구가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것 만큼 더 감동적인 순간은 없다. 실제로 보지도 못하는 표를 팔아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운동장 한 벽에 표를 산 이들의 이름을 걸어놓겠다"고 약속했다.
'언제 또 경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마린 FC 선수들은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
FA컵이라 다행히 코로나 테스트 비용은 영국축구협회에서 부담했다. 양성 판정도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지 모르는 토트넘과의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건강'을 체크한 결과다.
프리미어리 팀이 오면 선수 탈의실과 감독 대기실 그리고 감독 식사 등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마린으로선 여의치 않다. 이에 바(Bar)로 사용하는 구역을 토트넘 탈의실로 꾸며 놨다.
영국은 소속리그에 상관없이 비리그팀까지 모두 FA컵에 참가할 수 있다. 상업성에 치우치긴 보다는 축구 본연의 모습을 즐기는 FA컵이기에 프리미어리그 팀들도 약한 팀과 붙어도 봐주는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스타들을 내보내고 최선을 다하는게 FA컵 불문율이기에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마린 선수들은 토트넘의 1군과 싸우고 싶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적인 응원'과 또다른 F컵 기적을 원하는 이들로 인해 손흥민, 해리 케인 등 주전들을 내보내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9일 치른 FA컵에서 '파트타임 축구클럽' 촐리가 2부팀 더비 카운티을 꺾는 놀라운 승전보를 전했다. 더비 카운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 유스팀 선수까지 데려다가 경기에 임한 점이 패인이기도 했다. 여기에 카라바오컵 결승에 진출한 무리뉴도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주전들을 선발로 내보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FA컵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대해 토트넘 수비수 알더베이럴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겨도 축하받지 못할 경기를 앞두고 있다. 상당히 부담스럽다"라고...
1894년에 생긴 '마린'이라는 팀명도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술집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기축구회' 같은 팀이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축구 동호회로 출발한 이 팀의 경기장 관중석은 3890석이다. 관중석이 최대한 많이 차면 6000명 정도 된다.
마린 주장 리얼 커밍스는 "아스날 팬이기 때문에 토트넘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아스날은 토트넘과의 북런던버디로 유명하다.
토트넘과의 경기 진행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도움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올시즌 마린 FC는 리그팀 3개팀을 꺾고 역사상 2번째로 FA컵 3라운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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