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탓에 7조원대 원유지급 밀려
바이든 정부 출범 맞춰 협상력 갖추려는 시도로도 해석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란 혁명 수비대가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억류한 것을 두고 "이란 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인사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 TV는 페르시아 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4일(현지시간) 한국케미를 나포했으며, 선박은 현재 이란 남부 항구 도시 반다르 아바스에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언론은 한국케미 나포와 억류가 해양 오염과 관련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이란 핵 합의 협상에 있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선박을 억류한 주체가 혁명수비대라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혁명수비대는 일종의 친위대 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휘를 받는다. 이란 내 주요 이권 사업을 장악하고 있어 제재와 교역 중단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었으며 대이란 제재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송영길 위원장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선 이란 쪽에서 원유 수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을 갖고 불만이 상당했다"라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뒤 JCPOA가 다시 복구될 터인데 이와 관련한 대화가 다시 복원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2020.09.25 leehs@newspim.com |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는 오바마 정부 당시 이뤄진 이란 핵합의로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와 독일 등 6개국 및 유럽 연합 (EU)(P5+1)과 맺은 협정을 말한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2018년 5월 JCPOA를 탈퇴한 뒤 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한국도 제재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이란과 교역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 내 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원화 계좌도 동결됐고 이란 원유 수출 대금 지급길도 막혔다. 현재 한국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7조원 규모의 원유 판매대금이 묶여있다. 한국 정부는 제재 예외 품목인 의약품 수출 등 인도적 교역 방식으로 이란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노력했지만 불편한 관계는 지속돼왔다.
앞서 송 위원장은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지난해 11월 화상회담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졸누리 위원장은 이란 내 한국산 제품 불매 주장이 나오는 등 보복 조치 움직임에 대해 송 위원장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원유 판매대금이)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대이란 인도적 지원에 쓰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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