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수장들, 신기술·게임IP 경쟁력 확보 주문
빠른 결단과 투자 '결실'...이종산업 러브콜 물밀듯
[서울=뉴스핌] 조정한 기자 = 올해 게임산업은 '비대면' 바람을 타고 순항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세상에 사람들이 몰렸고, 지루한 일상에서 게임은 즐거움을 주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게임사는 호실적에 웃었고 탄탄해진 기반 아래 미래 먹거리 사냥에 거침없었다.
게임사 수장들은 IT 경쟁력을 강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신기술을 가진 곳엔 아낌없는 투자로 관계를 쌓았고, 전통적인 시스템을 가진 이종산업일지라도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는데 기꺼이 나섰다. 그 결과 다양한 신사업도 등장했다.
[자료=넥슨, 디셈버엔컴피니 제공] |
◆ 게임사? IT기업?...신기술 영향력 계속
넥슨은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금융' 분야와 손잡았다. 게임에선 '다작(多作)'보다 장수 흥행 IP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한정된 게임이나 콘텐츠를 통해 IP(지적재산권)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가져갈 전망이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장기적 비전은 올해 신년사에서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라이브 서비스 역량에 더 투자해 '초격차'를 만들어보려 한다"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 라이브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해온 건 우리가 가진 손꼽히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이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원활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게임뿐 아니라 AI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넥슨 내부 관심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넥슨 AI 연구개발조직인 '인텔리전스랩스'는 올해 관련 전문가만 400명을 확보했다. 넥슨의 빅데이터와 전문 인력은 신한은행과 혁신사업 추진 협업을 위한 발판이 됐다. '보는 게임' 트렌드가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등장하자 다중채널네트워크(MCN)인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올해 10월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넥슨 관계자는 "이전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며 "핵심 기술력과 게임 콘텐츠의 무궁무진한 협업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USH, PLAY(뛰어넘다, 상상하다)'로 브랜드 미션을 바꾼 엔씨소프트는 '기술 확보'를 강조한다. 이 같은 기조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평소 지론 영향이다. 그는 직원들에 종종 "우리는 게임회사가 아니다. IT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라고 강조해왔다. 사업 영역을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닌, '원천 기술'만 연마한다면 언제든 게임·이종산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게임 개발뿐 아니라, 평소 엔씨의 AI센터장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며 열의를 보여왔다.
이를 바탕으로 엔씨는 올해 KB금융-디셈버엔컴퍼니자산운용과 함께 AI 간편 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금융권에 진출했다. 신기술을 원하는 금융권의 러브콜을 받아 협업이 이뤄졌는데, 김 대표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이외에도 AI 기술을 활용한 K-POP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 출격 등 분야에 상관 없이 신사업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 대표는 최고경영자(CEO)지만 아직도 직접 게임개발총괄(CCO)을 맡고 있다. 게임을 직접 해보고 디테일을 챙기기로 유명한 김 대표는 내년 PC와 콘솔 등 멀티플랫폼으로 제공되는 신작 '프로젝트TL(The Lineage)'과 '블레이드&소울2' '아이온2' 출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부산=뉴스핌] 조정한 기자 =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A3: 스틸 얼라이브'를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는 시연대를 마련했다. 2019.11.15 giveit90@newspim.com |
◆ 빠르게 변하는 게임 환경...경쟁력 확보에 무게
게임 경쟁력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둔 게임사도 있다. 기술은 물론이고, 게임 장르 다양화·자체 IP 확보로 본업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자는 의도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업의 본질인 게임 사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강한 넷마블'을 주문했다. 방 의장은 투자했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IPO)하며 올해 큰 수익을 거둬 '투자의 귀재'로 불렸지만, 게임사에겐 역시 게임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신념은 변하지 않은 것.
방 의장은 지난해 지스타에서 '웰메이드 게임'을 과 '장르 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향성을 제시했고, 올해 'A3:스틸얼라이브(배틀로얄+RPG)'와 '매직:마나스트라이크(전략+PvP)' 등이 융합 장르로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방 의장은 AI, 신사업 투자에 긍정적이고 글로벌 게임 흐름도 잘 읽는 승부사"라며 "방 의장이 사업 전반을,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게임 사업을 디테일하게 챙기고 있다. 당장은 내년 출시할 게임 신작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컴투스는 올해 공격적인 투자로 스포츠 게임 장르를 강화했다. 인수합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투자전략실 구성을 준비했고, 2019년 1월 설립했다. 올해 일러스트 중심 서브컬처 게임 '사커스피리츠' 게임 개발사 '빅볼', 온라인 바둑 서비스 업체 '동양온라인', 야구게임으로 잘 알려진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를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초기에 공략, 빠르게 해외 시장까지 넓혔던 송병준 컴투스·게임빌 대표의 투자 판단으로 글로벌 게임 경쟁력 확보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송 대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업체와 두루 만나고 있고, 미팅 제안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게임과 연관된 기업을 살펴보며 내실 다지기에 힘쓰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게임 스타트업 투자도 조용히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벤처 창업동아리를 시작으로 창업의 길을 걸어온 송 대표는 지난 2013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길벗'을 운영하는 등 벤처 투자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올해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올 하반기 '스마트대한민국펀드'에 125억을 출자했다. 펀드를 통해 게임사를 포함한 비대면 분야 창업가들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남궁훈(아랫 줄 왼쪽 두 번째부터),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코스닥 시장 상장을 기념하며 촬영하고 있다. 2020.09.10 alwaysame@newspim.com |
올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일상의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라는 비전이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게임을 접하고, 게임 또한 일상이 되는 모습이 큰 지향점이다. 경영 부문·신사업을 총괄하는 남궁훈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SNS를 통해 "게임회사들도 전통적인 IT영역을 넘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며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혁신으로 우리 색깔의 디지털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일상생활 속의 활동을 게임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남궁 대표는 지난해 3월 카카오게임즈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라이프엠엠오'를 설립하고 '위치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R'을 추진 중이다. 그는 자택에서 판교 사무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걷기·자전거 등 야외 이동 활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더불어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 '아키에이지 워크(가칭)'를 개발 중이며, 카카오가 제공하는 맵 데이터를 게임 내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맵 게이밍 플랫폼(Map Gaming Platform)' 사업도 전개할 계획이다.
평소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남궁 대표는 IP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웹툰과 웹소설이 글로벌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지와 함께한 자회사 '애드페이지'를 통해 IP를 활용한 스토리 게임도 개발 중이다. 퍼블리싱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조계현 대표 또한 출시 대기 중인 모바일 게임과 외부 퍼블리싱 서비스 글로벌 확장을 준비 중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타 산업과의 협업 기회가 늘고 있다. 그동안 게임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이제는 각종 제안을 받는 위치로 올라온 것 같다"며 "다양한 연령층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그 빅데이터가 게임사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됐다. 글로벌 시장 공략은 물론이고 게임사가 만드는 콘텐츠도 셀 수 없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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