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전금법 개정, 오히려 한은 권한 확대"
금융위 부칙 마련했지만, 한은은 수용불가
17일 한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입장표명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가운데 두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갈등 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지급결제 업무에 대한 감독권한을 사실상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이 다시 한번 금융위 측에 정면 반박을 준비하고 있어 양 기관의 권한 다툼은 격화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0.11.24 lovus23@newspim.com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금법 개정안과 관련해 "청산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한국은행이 똑같이 운영기준 개선요청, 자료제출 요구 등을 하게 되므로 권한이 침해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빅테크에 대해서 업무 영역을 넓히게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금법 개정안이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한은의 주장을 부정하는 동시에,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위는 핀테크 업체들의 내부거래를 금융결제원을 통해서 하도록 의무화하고, 당국이 직접 금결원을 감독하겠다는 내용의 전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감독기구가 단연 금융위인 것은 물론,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하려는 업체는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금결원에 대한 감시 권한을 줄곧 행사해온 한은은 법안 철회를 주장해왔다. 한은이 수행하고 있는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고 중복규제에 해당할 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은의 반발을 의식한 듯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 최종안에는 한은과 관련 있는 금결원 업무는 당국의 감독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부칙이 추가됐다.
금융위는 이미 한은에 양보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한은의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금융결제원에 관한 부분인데, 법안을 제출할 때 이를 감안해 한은이 관할하는 영역은 전자금융법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위가 지급결제에 대한 주된 감독권한을 맡고 한은에 일부를 떼주는 형태일 뿐 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애초에 내부거래를 외부 청산으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현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은행에서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일정금액 이상의 내부거래가 있으면 금융정보분석원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만일 핀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에 대해 외부 감시가 필요하다면 이런 식의 대안을 활용해도 되는데 내부거래를 금융결제원 시스템에 포함시켜 지급결제 안정성을 무너뜨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주열 총재가 오는 1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금법 개정안에 각을 세울지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융위의 법 개정 시도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라며 직접 비판했다. 한은 관계자는 "계속해서 같은 논의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주 안에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답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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