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 달간 9641만달러 매수...해외주식 순매수 4위
샤오펑 공모가 대비 245% 급등
"아직까지 적자 기록...양산계획·투자상황 주시해야"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미국 초대형 기술주에 투자하던 국내 투자자들이 이제 중국 전기차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샤오펑모터스(XPeng) 주식 순매수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해 관심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11월 한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9641만달러 규모의 샤오펑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국내 투자자 해외주식 순매수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화이자(7325만달러), 엔비디아(5807만달러), 아마존(4787만달러) 등의 순매수 규모를 앞질렀다.
샤오펑은 지난 10월에만 해도 순매수 상위 50위권 안에 들지 못했던 종목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샤오펑 세단 P7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중국 광저우(廣州)에 본사를 둔 샤오펑은 2015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출신들이 설립한 전기차업체다. 알리바바의 모바일 사업을 총괄했던 허샤오펑(何小鹏)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현재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3'와 세단 P7 등 2개의 차종을 출시한 상태다.
샤오펑은 설립한지 6년 밖에 안된 전기차업체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니오(NIO) 등과 함께 '중국 테슬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0월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만8000대를 기록했다. 유럽(13만8000대)과 미국(3만2000대) 내 판매량을 앞지르는 수치다.
중국 전기차 성장 외에도 올해 샤오펑이 출시한 전기차 세단 'P7'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샤오펑의 주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 공모가(15달러) 대비 245% 급등한 상태다. 10월까지 18~20달러의 박스권을 오갔지만 11월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주가가 72.17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샤오펑은 중국업체 중 가장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비야디(BYD)의 한(漢)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자율주행 칩을 갖추고 있어 향후 기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중저가 전기차 시장이 커질수록 샤오펑의 판매대수 증가가 예상된다"며 "위탁생산(광저우차 15만대) 외에 자체 공장(광둥성 10만대)도 갖추고 있어 향후 투자부담이 가장 작은 업체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한 측면이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샤오펑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20억위안(332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순손실은 11억위안(1828억)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웠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 상대평가가 불가능하다. 샤오펑 측에서 직접적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2024년 이후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양산 계획과 투자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미국 의회에서 통과한 '외국기업책임법안'도 단기적인 노이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기업책임법안은 외국 기업이 미국 '공개회사 회계감시위원회(PCAOB)' 감사 규정을 3년 연속 준수하지 않을 시 어떠한 주식도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기업 모두가 대상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평가다.
정 연구원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업을 바로 퇴출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중국 기업에 글로벌 자금, 특히 미국 자본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미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 펀더멘털 측면에서 큰 이슈는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심리적인 측면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