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청산 제도화에 한은 "중복규제"
금융위 "한은 감독권 법적 근거 없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일원화 해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사이에 지급결제 감독권한을 둔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 제도 신설 필요성부터 의견 차를 보이고 있어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긴 어려워 보인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금융사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태가 발생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해 의원 입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 가운데 논란이 된 건 디지털 지급결제 청산업을 제도화 부분이다.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통한 간편결제 이용이 많아지는 가운데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결제에 대한 규제가 소홀해 리스크 발생 우려가 크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금융결제원이 핀테크 업체들의 실시간 정산을 맡고 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금융위에서 전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사실상 금결원에 경영권을 행사해오던 한은은 영역 침해라며 반기를 들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0.11.24 lovus23@newspim.com |
우선 양측은 핀테크 업체의 청산 과정을 따로 제도화해야 하는지부터 의견이 갈린다. 통상 은행을 통해 계좌이체를 하면 금결원과 한은 금융망(BOK 와이어)를 거친다. 예를 들어, A가 B은행 계좌를 통해 C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한다고 해보자. B은행에서 C은행으로 계좌이체를 한다(1단계 지급) 금결원에서 B은행에서 C은행으로 들어갈 돈을 정산하고 최종확정하는 단계를 거쳐(2단계 청산), 마지막으로 B은행과 C은행이 한은이 운영하는 BOK와이어에 개설된 당좌계좌를 통해 서로 돈을 주고받는다.(3단계 결제) 증권사들은 대행은행 제도를 통해 금융망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현재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경우 사용자가 은행을 통해 선불 충전을 하는 형태라 단순 은행간 계좌이체로 잡힌다. 금융위는 핀테크 업체가 종합결제사업자로 등록해 결제 계좌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청산과정을 외부화하고 이를 관리, 감독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은은 지급결제 과정 중 청산만 별도로 제도화 하는 건 중복규제라는 입장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업체들이 금결원이 운영하는 소액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참가기준을 마련해놨다. 즉, 핀테크 업체가 기존 체제에 편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들은 소액결제망 이용기관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결국 최종 대부자인 한은이 관리하는 BOK와이어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법에 대한 유권해석도 엇갈린다. 한은은 한은법 28조에 의거해 금통위가 금결원에 대한 간접적 운영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위는 한은이 행사하는 금결원에 대한 권한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은법 81조에 따르면 한은은 한은 외의 자(금결원)가 운영하는 지급결제제도에 대해 운영기준 개선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울러 사단법인인 금결원에 대해 10분의 1에 해당하는 경영권을 갖는다. 금결원은 지난 1986년 한은과 시중은행 9곳의 출자를 통해 출범한 이후 한은 총재가 줄곧 사원총회 의장을 맡아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러한 권한을 감독권한으로 보기는 어려움이 있다. 규정 위반을 적발해 제재를 가할 권한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은 역시 '감독권'이 아닌 '감시권'이라고 명명한다.
양 기관의 견해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감독기구가 이원화돼 혼란이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누가 된다고해서 이익이나 손해가 나는건 아니다. 다만, 감독기구가 많아지면 금융사들이 눈치봐야하는 곳도 많아지고 해석에 있어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한 기관이 감독기능을 맡아야 일관된 운영 방향을 이끌 수 있어 혼선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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