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뉴스핌] 홍문수 기자 = 대한민국해병대 656기 동기들은 지난 21일 충남 천안의 한적한 시골 모처에서 조촐한 입대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자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철저한 방역조치와 함께 열린 이번 행사에서 모질고 억척스런 반백 년 세월 온갖 풍파를 이겨내며 살아오는 동안 어느새 중년의 서릿발이 내려앉은 해병대 656기 동기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대한민국해병대 656기 동기들이 입대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스핌] 2020.11.23 gkje725@newspim.com |
김길태 총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은 '나가자 해병대가' 제창을 시작으로 권혁민 회장의 축사, 찬조금 전달, 백성재 전 소대장의 격려사 등 순으로 진행됐으며, 당시 신병교육대 3대대에서 악명높기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암투병 중에 있는 노인민 전 소대장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스무 살 열혈청년 나이에 떨리는 심장 쥐어 잡고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도전정신으로 서슬 퍼런 무적 해병대에 입대 한 지 30년 세월이 흘렀다.
1990년 11월 22일 고향과 부모님을 뒤로하고 고요와 적막한 기류만 감지되는 차가운 바닷바람 속 포항 신병교육대 3대대에 입소해 살기 어린 소대장의 고함 소리에 바짝 주눅들어 매서운 훈련에 들어간 지 올해로 꼬박 30년을 맞은 것이다.
그해 겨울 6주 훈련 동안 해병대 656기 초병은 멀리 정유공장에서 내뿜는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그리운 고향과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훔쳐야 했다.
앞서 1기수를 배출하고 두 번째 훈련병을 맞는 신병교육대 3대대 소대장들은 656기를 통째로 잡아먹을 기세로 눈에 불을 켜고 벼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소대장은 하얀색 헬멧을 쓰고 흰 장갑에 한치의 구김도 허용치 않는 꼿꼿한 위장복을 입고 언제나 빈틈없는 자세로 해병대 신병을 맞이했다.
신병과 눈을 마주칠 수 없게 헬멧을 깊게 눌러쓴 소대장은 취침 전 순검 시간에 쇠파이프를 콘크리트 바닥에 긁고 다니며 공포 분위기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배가 고파 건빵을 훔쳐 먹다 걸려 전 훈련대원이 팬티 바람으로 연병장에 집합해 얼차려 받았던 기억, 당시 걸프 전쟁이 한창이어서 6주 신병훈련을 마치고 이라크 파병설이 나돌면서 동기들 간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던 여러 기억들이 아련하다.
백성재 전 포항 신병교육대 3대대 소대장은 격려사를 통해 "신병 3대대를 창설하고 656기가 2번째 기수라서 훈련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려운 시련을 잘 이겨내 지금은 우리나라의 중심에서 열심히 일하고 훌륭한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권혁민 해병대 656기 회장은 축사에서 "포항훈련소에 입대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렵지만 자리에 참석해 준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 맞는 40주년 행사에는 모든 동기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해병대 656기 동기 404명은 1990년 11월 22일 입대해 6주 신병훈련을 마치고 이듬해 1월 포항, 김포, 백령도 등지로 자대배치를 받고 모진 훈련과 함께 본격적인 해병 만들기에 들어갔다.
이후 불의의 사고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김인학 해병전우 1명을 제외한 403명의 동기들은 1993년 4월 22일 전역해 15년 넘게 매년 입대일과 전역일에 맞춰 전국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져오고 있다.
gkje7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