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탈 조페 한국 첫 개인전…리만머핀서 내년 1월 29일까지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초상화계 파격의 아이콘' 샹탈 조페(51)가 그린 10대의 얼굴은 다소 어둡다. 밝고 희망에 넘치는 고정된 10대의 이미지를 깨부순다. 샹탈 조페의 손끝에서 탄생한 10대의 얼굴에는 고민과 쓸쓸함이 묻어있다. 10대로 인지하기 힘든 성인 못지 않은 성숙함도 보인다.
갤러리 리만머핀은 미국에서 태어나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샹탈 조페의 신작으로 이뤄진 개인전 '티내이저스(Teenagers, 10대들)'을 지난 12일 개막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CHANTAL JOFFE Bella, 2020 oil on canvas 84.65 x 39.37 inches 215 x 100 cm ©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Presented by Lehmann Maupin, Seoul. 2020.11.20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는 리만머핀이 샹탈 조페와 함께하는 첫 전시이자 첫 서울 개인전이다. 현재 그는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 소속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0대들'을 주제로 다수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패션 매거진부터 가족사진 앨범에서 보이는 연출의 흐름과 개인의 외향이 어떻게 구성되고 세분화되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10대에 대한 편견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작품으로 이뤄진다. 샹탈 조페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애매모호한 지점에 서 있는 10대의 연약함과 무기력함, 불안함 등 다양함 감정을 초상화로 그렸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10대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조페는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에너지를 조형예술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능력으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그가 본 10대들은 청소년기의 연약함과 특유의 무관심 상태의 심리를 갖고 있다. 작품 'Bella'는 그의 조카 벨라가 12세였던 당시의 모습을 그린 것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10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굳게 앙다문 입, 어딘가를 맥없이 쳐다보고 있는 눈빛에서 성인 못지 않은 고민과 쓸쓸함마저 느껴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샹탈 조페의 'Alba' 2020.11.20 89hklee@newspim.com |
3m 높이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Alba'는 작가가 14세 학생 알바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담은 작품이다.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의 모습에서 남다른 자신감에 이어 담담함마저도 느껴진다. 작가는 그림의 크기가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10대의 에너지를 그림의 크기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딸인 에스메(Esme)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신작인 'Carlotta and Esme'에 속 올해 16세인 에스메는 쉽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 무덤덤하다. 성숙하면서도 내면을 알 수 없는 분위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사실 조페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대개 수심에 잠겨 있거나 스스로에 몰입해 있어 그 내면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보는 이들과 작품 속 인물과 끊임없이 대화하게 하는 힘도 있다. 얼굴과 제스처로부터 미묘하게 암시되는 생과 노화, 역경의 흔적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편, 신체에 관심이 남달랐던 샹탈 조페는 작업 초기에 포르노 모델, 패션 잡지에 등장한 인물을 초상화로 그려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샹탈 조페의 결과물은 직선적이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작가의 스타일로 인식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Chantal Joffe: Teenagers Lehmann Maupin, Seoul November 12, 2020 – January 29, 2021 © Chantal Joffe. Courtesy the artist and Victoria Miro. Presented by Lehmann Maupin, Seoul. 2020.11.20 89hklee@newspim.com |
샹탈 조페는 "회화는 '발견'이다"라고 주장한다. 상업 매체 속 모델을 주로 그리던 그는 지인과 조카를 그리기 시작했고 2004년 딸을 출산한 이후에는 딸 에스메를 자신의 그림 모델로 세우기도 했다.
현재 영국 런던에서 살며 작업하는 샹탈 조페는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6년 로열 아카데미 월라스톤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조페는 세계 유수의 저명 기관에서도 전시를 한 바 있다. 2018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스코틀랜드국립현대미술관, 런던화이트채플 갤러리, 2017년 런던 왕립미술원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