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면 배 타고 다녀라"…공무원의 황당한 답변
[원주=뉴스핌] 김영준 기자 = 강원 원주시가 '육지속 섬'으로 알려진 점말마을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은 안전과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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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 원주시가 점말마을 세월교를 행정대집행하고 있다. [사진=김영준 기자] 2020.11.17 tommy8768@newspim.com |
원주시와 마을주민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 20분께부터 점말마을을 오갈 수 있는 세월교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
용역으로 보이는 젊고 건장한 청년 60여 명은 세월교 양쪽을 차단해 주민 이동을 제한했고 포크레인 등 장비들은 80여 미터 가량의 교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 마을주민 대표 주 모씨가 이동하는 차량에 부딪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주민들은 "우리는 원주시민이 아니냐"며 "안전과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용역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또 "세월교가 끊기면 94세 노모가 병원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불이라도 나면 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하란 말이냐"며 항의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항의에 행정대집행에 나선 원주시 공무원은 "배 타고 다니라"며 "불법 시설물에 대한 철거는 정당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원주시와 주민들의 갈등은 점말마을이 자연재해지구고립 가등급으로 지정되면서 주민 이전에 대한 보상 문제에서 비롯됐다.
원주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당 6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농촌민박업으로 삶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점말마을을 기준으로 반경 2km 이내 지역에서 60만원으로는 1평은 커녕 4분의 1평도 구입하지 못한다는 것.
점말마을이 속해 있는 간현리 주민들도 "주민 안전보다 불법 시설물 철거가 우선인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원주시가 주민의 안전보다 더 급하게 생각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 댔다.
집중호우 때마다 고립 피해를 입던 점말마을 주민들은 2017년 사비를 들여 세월교를 직접 설치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시설물로 간주하고 원상복구 명령, 행정소송 등으로 수년 간 주민들과 갈등을 지속해 오고 있다.
tommy876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