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 선임 지각 공고에... "첫 내막은 내정" 주장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거래소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출발부터 공정·독립·투명성을 잃은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반발했다. 거래소가 전임 이사장 임기 만료 이후 뒤늦게 선임 절차를 시작하자 내막은 '내정(內定)'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사진=한국거래소] |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3일 이사장 후보를 모집하는 공고를 통해 1주일 간 서류접수를 시작했다. 정지원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 1일 부로 끝난 것을 고려하면 지각 공고였다.
노조를 이를 두고 "9월 초 구성된 이래 두 달 보름 간 아무 일도 하지 않던 이사추천위원회의 그간 행보를 볼 때 느닷없는 일"이라며 "법에서 정한 임기를 열흘이나 넘기고서야 첫걸음을 뗀 내막은 내정"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이어 "정부와 각종 금융협회 인사에서 밀려난 낙하산들의 안착을 위한 황제 연착"이라며 "누가 봐도 특정인을 위해 지연된 공모에 능력과 소신 있는 후보들이 들러리 설 리 없다. 추천위는 첫 걸음부터 공정을 잃고 '내정집행자'로 전락했다"고 의심했다.
추천위원 비공개 문제를 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추천위원부터 비공개인데다 위원회도 선임을 앞두고 구성했다 추천이 끝나면 해산하니 책임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누가 누구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추천하는 지 모두 비밀"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추천위 구성상 금융위원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독립성을 담보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추천위는 사외이사 5명, 주권상장법인 대표 2명(코스피, 코스닥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노조는 "위원 총 9인 중 4인이 업계대표 사외이사 2명, 금투협 추천 2명 등 금융위가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투자사 대표"라며 "사모펀드 사태로 줄줄이 징계가 예정된 요즘 같은 때엔 더욱 금피아(금융+마피아) 심기를 잘 살 필 것이며, 상장기업 대표 2명도 금융위와 거래소에 거역할 수 없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거래소 차기 수장으로는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경제관료 출신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린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도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거래소 노조를 이를 두고 "자본시장 정책과 거래소 경영실패에 책임있는 자와 퇴물 정치인을 배제하라"며 "청와대가 금융위나 일부 정치인의 말만 듣고 내정한 것이라면 철회하고 다시 검증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노조는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낙하산의 폐해는 자신을 보내 준 사람에게만 충성하느라 시장과 투자자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