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과학고-특목고-일반고' 서열 구조 해소 의문 지적도
교육부,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비중 확대
지역 우수학생 우선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 확대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고교 입시부터는 영재학교간 중복지원이 금지된다. 과도한 사교육 유발, 교육 기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영재학교가 2차 시험을 같은날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기회 불평등 해소와 같은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재학교 한 곳에만 지원하도록 할 경우 수도권 학교로 지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의도한 '영재학교-과학고-특수목적고-일반고'와 같은 고교 서열 구조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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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교육부 wideopen@newspim.com |
교육부는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을 금지하고, 전형 기간을 영재학교는 기존보다 3개월, 과학고는 기존보다 1개월 줄이는 방침을 16일 밝혔다.
이번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은 그동안 지적된 과도한 입학경쟁, 지식 위주 평가의 사교육 유발,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교육부 측의 설명이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학교 설립 목적 및 추구하는 인재상이 명확히 드러나게 전형 요소와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며 "학교 홈페이지에도 공개해 입학 정보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영재학교는 전국에 8개교가 있으며, 전국 단위에서 789명을 선발한다. 이공계, 과학분야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교 입시의 또 다른 정점으로 분류되는 과학고도 영재학교와 같은 설립목적을 두고 운영 중이다.
다만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입시 일정이 달라 영재학교를 지원한 학생이 과학고까지 지원해 과열 경쟁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2021학년도 입학전형에서 1단계 전형 합격자 9304명 중 약 40% 학생이 중복해서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부는 5개월간 진행된 기존(3월~8월) 영재학교 전형 기간을 6월~8월로 줄이기로 했다. 과학고도 기존(8월~11월) 전형 기간을 9월~11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영재학교 입학전형 평가 문항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1단계 서류평가부터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입학담담관 파견을 확대한다.
창의력 문제해결력,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2단계 평가 문항도 바뀐다. 기존 단답형 문항 비율을 줄이고, 창의성·문제 해결력 평가를 위한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학교가 지역의 우수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도 확대된다. 다만 학교별 지역인재전형 운영 규모, 전형 방법 등은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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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교육부 wideopen@newspim.com |
문제는 현실적으로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지원하려는 학생이 주로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방안이 추진될 경우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학교 지원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역선발 규정까지 도입되면서 수도권 학생이 지역 학교에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까지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선발 시점에 차이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두 학교가 경쟁구조로 바뀔 수 있다"며 "지역선발 등 규정으로 수도권 학생이 지역 학교에 지원하는 사례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답형 형식의 시험이 주로 출제되는 중학교 수업 구조와 다르게 서술형으로 바뀌는 시험 형식도 향후 학생들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재학교‧과학고가 학교 설립취지에 따라 내실 있게 운영되고, 영재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조치"라며 "입학전형 개선방안이 본래 취지에 따라 학교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운영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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