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 논란 해소 기대…무기 개발 예산 유지 가능
미중 갈등 지속 전망…국내·글로벌 국방비 증가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국내 방산업계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안도하고 있다.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방 예산 여력도 확대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9일 방산업계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을 사실상 확정된 데 대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합리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 부담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할수록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국방비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의 관계 설정 등을 고려해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국내 방산업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모형 [사진=방위사업청] |
우선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과도한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조389억원이었던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을 5배가 넘는 6조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실무진이 지난 4월 13% 증액안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50% 증액을 요구하며 합의를 무산시켰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방위비 증액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말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우리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위비분담금 우려가 줄어들면 국내 국방비 예산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방위비분담금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국산 무기체계 개발 등 국방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업계 내 분위기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은 46조7000억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6조원은 작년 예산의 13%에 달한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군비 경쟁이 지속될 거란 예상 역시 방산업계에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제재 등을 통해 중국을 직접 압박해왔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동맹을 활용해 압박 강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이 당선되면 세계무역기구(WTO) 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을 통해 다자 간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중국 압박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늘어난 국방비가 다른 국가의 관련 지출도 늘어나게 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71개국의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173조달러(약 20만5000조원)로 10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방비 지출 증가로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관련 지출이 증가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미중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다른 국가들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유지될 경우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표 방산 수출 장비인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등 전 세계에서 1700여대가 운영 중이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 역시 중동, 남미, 동남아 등에 방산장비를 수출하는 만큼 군비 경쟁에 따른 장기적인 수혜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 역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 평균 국방비를 7.5% 증액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연 평균 국방비 증가율 6.1%, 박근혜 정부 4.2%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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