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빌딩 매입 '차질'
잠실 시그마타워 우협 선정…인수 성공여부 '관심'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대우건설의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투게더자산운용이 사업 초기를 맞아 '좌충우돌'하고 있다.
올해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사옥 매입에 차질을 빚은 데 이어 잠실 시그마타워 매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시그마타워 매입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인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 투게더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빌딩 매입 '차질'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투게더자산운용은 최근 잠실 시그마타워 매입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게더자산운용은 대우건설이 부동산 간접투자기구인 리츠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 함께 설립한 운용사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지분은 37%로, 투게더자산운용은 대우건설의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다. 공동 출자자로는 기업은행(13%)과 교보증권(13%), 해피투게더하우스(37%)가 참여했다. 초기자본금은 7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AMC 설립 본인가를 받으며 리츠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대우건설은 리츠 산업 진출로 건설과 금융이 융합된 신규사업모델을 만들어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리츠 사업은 초반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투게더자산운용은 올해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 매입을 시도했지만 빌딩의 핵심 임차인이자 리츠 주요주주인 하나금융투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계획이 틀어졌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빌딩 [사진=코람코자산신탁] 2020.11.04 sungsoo@newspim.com |
하나금융투자 빌딩은 지난 1994년 준공된 지하 5층~지상 23층, 연면적 6만9826㎡ 규모 건물이다. 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 인근 증권금융 업무지구 중심가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코크렙제30호' 리츠에 주요 자산으로 들어있으며, 건물을 사용 중인 하나금융투자는 이 리츠의 주요 주주기도 하다.
리츠(REITs)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수익 및 매각차익을 배당 또는 잔여 재산분배 형식으로 투자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운영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앞서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4월부터 하나금융투자 빌딩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자문사로는 신영에셋과 에비슨영코리아가 정해졌고 입찰을 거쳐 지난 7월 초 투게더투자운용을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제시된 거래금액은 3.3㎡당 2300만원 중반대로, 총 4800억~49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하나금융투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코람코자산신탁을 건물의 인수자로 제3자 지정했다. 매도인이 다시 매수인이 된 것.
이에 따라 코람코자산신탁의 코크렙제30호 리츠는 건물을 팔려던 계획을 접고 사업을 연장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건물을 사려 했던 투게더자산운용은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 빌딩 매각이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수익증권거래 형태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수익증권거래는 실무적으로 쉐어딜(Share Deal)이라고 한다. 법인을 만들어 실물 부동산을 매입한 투자자는 주주가 돼서 주식을 갖지만, 부동산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는 자본시장법 제189조에 따라 수익증권을 갖게 된다.
◆ 잠실 시그마타워 우선협상자 선정…인수 성공여부 '관심'
투게더자산운용은 계획이 틀어졌지만 계속해서 우량한 상업용부동산을 사려고 물색했다. 현재는 잠실 시그마타워 매입 관련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입찰에는 투게더자산운용 외에 페블스톤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4곳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 시그마타워는 송파구 신천동 7-19번지에 있는 지하 7층~지상 30층, 연면적 6만8636㎡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지하철 2·8호선 환승역 잠실역 8·9번 출구와 가깝다. 현재 국민연금이 소유하고 있으며 한라가 지난 1996년 준공한 이후 현재까지 건물에 임차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잠실 시그마타워 [사진=네이버맵] 2020.11.04 sungsoo@newspim.com |
올해 국민연금은 잠실 시그마타워를 팔기 위한 세 번째 시도에 나섰다. 앞서 두 번의 매각 시도는 매수자들과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지난 2017년 매각 당시 매도차 측은 3.3㎡당 1200만~1300만원대를 예상했지만, 매수자 측은 3.3㎡당 1000억원 미만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금리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져 이전보다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상업용부동산 서비스기업 에비슨영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Cap rate)는 전분기 대비 0.1%포인트(p) 하락한 4.1%로 집계됐다.
캡레이트는 부동산 투자로 거두는 수익률을 말한다. 부동산 임대수익에서 경비를 제외한 순영업소득(Net operating income)을 부동산 투자금(시가 기준)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캡레이트가 낮아졌다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기대수익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캡레이트가 높을 때 사서 낮을 때 파는 게 이상적이다.
특히 잠실 시그마타워가 있는 강남권역(GBD) 오피스시장은 지난 3분기 캡페이트가 3.6%로 전분기 대비 0.3%p 하락했다. 서울의 다른 주요 오피스권역인 중구·종로구(CBD)의 4.5%와 여의도(YBD)의 4.1%보다도 낮은 수치다.
공실률도 낮아졌다. GBD는 지난 3분기 공실률이 전분기 대비 1.0%p 하락한 3.9%로 집계됐다. 테헤란로 지역 오피스의 공실이 큰 폭(2.0%p) 해소된 영향이다.
강남권역(GBD) 오피스시장은 최근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3분기 GBD 오피스 거래량은 1조1359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분기 대비 약 28.3% 증가했다. 특히 코레이트타워(구 현대해상 강남사옥)는 한국토지신탁에 3.3㎡당 약 3407만원에 팔리면서 GBD 권역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GBD 최고가였던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매각금액인 3.3㎡당 3050만원보다 약 12% 상승한 액수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에서 오피스가 이처럼 사상 최고가에 거래되자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코레이트타워는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3만4983.47㎡ 규모의 빌딩으로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가깝다.
업계에서는 저금리로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많이 몰리면서 이처럼 실물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잠실 시그마타워를 매각할 좋은 타이밍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투게더자산운용이 인수에 성공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와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 해소라는 호재가 맞물려 잠실 시그마타워 매각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며 "올해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아서 투게더자산운용이 연내 거래를 종결할지는 아직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