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 토론회
"기업 피해 우려...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정부가 확대 도입을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재계와 학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막대한 소송 부담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중소·중견기업은 존폐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2일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 토론회를 온라인(유튜브) 으로 개최했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개정안이 시행돼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 처분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큰 타격"이라며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고, 기업들은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신기술·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향후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심도 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집단소송법(안)의 문제점' 발제에서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 남용의 길을 열어줘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송 남발의 위험 부담이 큰 미국식 집단소송보다는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제도를 개선해 효율적으로 다수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또 소송에 의한 피해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법이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다"며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되며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ㆍ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발제를 맡은 윤석찬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개정안이 가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악의에 찬 고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도 입법으로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의 배상액을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주로 2배 내지 3배 한도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미국 학계에서는 19세기부터 과도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의가 활발했으며 일부 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김선정 동국대 법과대학 석좌교수,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세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