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문재인 정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계속 가동시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조기 폐쇄 결정에 따라 가동을 즉시 중단하는 등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데 관여했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에 대한 감사 결과다. 월성 1호기는 지난 1983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2012년 설계수명이 만료되자,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면 보수한 이후 2022년까지 가동할 예정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 폐쇄가 결정됐지만, 조기 폐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급기야 국회는 지난해 9월말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감사원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그해 12월 24일 막무가내로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정부는 당초 조기 폐쇄의 이유를 안전성 문제라고 했다가, 안전성의 결함을 찾지 못하자 돌연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날 감사결과에서 '낮은 경제성은 조작'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국회가 지난해 9월 30일 감사 요구를 한지 13개월 만이며, 법정 시한도 8개월이나 넘겼다. 그동안 감사위원회가 아홉 번이나 열렸지만, 친 정부 측 감사위원들이 정권에 불리한 의결을 막은 탓에 늑장 결론이 난 것. 감사원이 이날 '감사 결과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도 감사위원회 의결 과정의 진통에 따른 타협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실제로 감사원장에 대한 집권 여당의 핍박과 감사원 감사에 대한 정부와 관련 기관의 조직적 방해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 듯 보인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 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 감사원장의 가족관계를 거론하며 "정해 놓고 감사하는 게 아니냐"는 어거지를 쓰기도 했다. 감사 결과를 예견한 듯 최 감사원장에게 "대선 불복", "정치적 편향" 등의 인신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감사위원 임명 동의를 놓고는 사퇴 압박도 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의 조직적 감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자료 삭제는 물론 허위 진술까지 했다. 집행기관으로서 핵심 감사 대상인 한수원은 자료 제출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감사를 방해했다. 감사원법에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은 사람, 감사를 방해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권을 떠나 국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일벌백계의 조치가 필요하다. 조직적 감사 저항은 비단 산업부와 한수원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정책 기조라고 해서 감사원 감사까지 방해해서는 안된다. 감사원법에 '대통령에게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여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감사 결과에 관계 없이 탈원전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를 무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책임있는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계기로 원전 및 에너지 정책의 전면 재검토에 나서기 바란다. 월성 1호기의 즉각적인 재가동은 물론 공정률 30%만 진척된 채 방치된 신한울 3,4 호기의 건설도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하루 아침에 결정된 탈원전 정책으로 수십년간 쌓아온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원전 경쟁력을 복원해야 한다.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정책을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지 않는가. 한국의 기후와 지형적 특성을 감안하면 원전을 배제한 채 국가적 에너지 정책을 세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탈원전이라는 도그마에 갇혀 국가의 경쟁력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