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전방위적 갈등으로 기술 패권과 공급망이 분열될 뿐 아니라 인터넷 월드도 두 개로 나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데이터 전송과 거버넌스에 대한 기준이 상이해지면서 인터넷이 미국파와 중국파로 갈려 이른바 '스플린터넷'(splinternet)이 등장하고 이와 함께 둘 사이를 중재하기 위한 인터넷 중립국도 필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틱톡과 미국 성조기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의 '비욘드 더 밸리' 팟캐스트에서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얼마나 많이 분열되느냐는 데이터에 대한 기준에 달려 있다고 관측했다.
인터넷의 분열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을 사실상 중국에서 몰아냈고, 대부분의 중국 시민들은 다른 국가의 네티즌들이 주로 사용하는 아마존과 트위터 대신 알리바바와 위챗 등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스플린터넷은 데이터 사용 및 전송 등에 대한 표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 거버넌스는 미중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핵심 데이터 거버넌스 이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틱톡 금지 조치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를 처리하는 틱톡의 방식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매각을 강요한 것은 미국인의 개인정보는 미국 내에서 저장 및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기본적으로 양측은 합의를 통해 같은 표준을 따르며 현재로서는 EU에서 스위스로, 다시 미국으로 개인정보가 자유롭게 전송될 수 있다.
하지만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이 합의가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부 시민 감시와 관련한 일부 미국 법이 유럽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 기술정책 분석가는 "데이터 거버넌스 원칙을 둘러싼 이러한 입장 차이가 인터넷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결국 차이점을 해소하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민주 진영으로부터 소외된 국가들은 이러한 표준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전송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면 이른바 데이터 중립국의 필요성도 대두될 것으로 예상됐다.
토론토 소재 전략컨설팅 회사인 미래혁신센터(Center for Innovating the Future)의 아비슈르 프라카쉬 지정학 전문가는 "틱톡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틱톡 글로벌'이라는 미국 기반의 새로운 주체가 출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라클과 월마트가 틱톡 글로벌의 지분 20%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나머지 80%를 보유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오라클은 바이트댄스의 지분이 제로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혼란이 연출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알고리즘이나 관련 기술을 오라클에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프라카쉬는 "틱톡 사태의 핵심은 미국인의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바이트댄스의 알고리즘이 언젠가는 미국 내 데이터에 접근해야 할 때가 올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바로 그 때 둘 사이를 중재해 줄 인터넷 중립국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프라카쉬는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터넷 중립국에 특정 데이터를 저장해 필요 시 다른 국가나 기업이 이에 접근하게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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