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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특별입국' 관계개선 기대 높지만…전문가 "투트랙 외교는 부정적"

기사입력 : 2020년10월13일 17:05

최종수정 : 2020년10월13일 17:05

한·일, 경제적 필요에 '기업인 특별입국' 합의
전문가 "양국간 골 깊어 추가 호재 가능성 낮아"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최근 한국과 일본 간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가 시행되면서 7개월 넘게 막혀있던 양국 간 인적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입국 합의에 의미를 두면서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제징용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관계 개선을 위한 '호재'가 추가로 나오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 한·일 특별입국 합의…경제계 "숨통 트였다" 환영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일 정부는 지난 8일부터 기업인 특별입국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특별입국 절차는 장·단기 체류 여부에 따라 '레지던스 트랙'과 '비즈니스 트랙'으로 나뉜다. 이중 비즈니스 트랙의 경우, 활동계획서 등 필수 서류를 제출하고 특별 방역 절차를 준수하면 일본 입국 후 격리조치가 면제된다. 

이번 합의는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져 의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특별입국 합의에 대해 "일본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새로 집권하긴 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번 합의가 갖는 의미가 적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합의한 '기업인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된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내 일본항공사 카운터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간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이용하는 기업인은 출국 전 14일간 건강 모니터링 및 항공기 출발 전 72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음성확인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2020.10.08 mironj19@newspim.com

이번 합의가 도출된 배경에는 경제적인 필요성이 있다. 김경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은 소부장분야 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주요고객인 분야가 많다"며 "수출규제에 코로나19로 인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애로가 됐던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합의는 그런 차원에서 숨통을 트이게 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직도 제조업 분야에서는 일본 엔지니어들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많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東芝)의 한 관계자는 "의료설비나 승강기 등을 한국에 설치한 뒤에도 일본 전문기술자를 파견해 안전성을 확인해 왔는데 자체격리가 면제된다면 사업상 리스크가 하나 사라지게 된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일관계가 개선될 계기가 마련된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다.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양국이 상호 신뢰를 필요로 하는 입국절차 간소화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논리다. 특히 향후 관광재개 문제도 논의된다면 끊겼던 인적 교류가 재개돼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과 교류가 많은 규슈, 오사카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 재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미타 준(冨田淳) 일본은행(BOJ) 후쿠오카지점장은 NHK 인터뷰에서 "규슈·오키나와 지역은 한국과 왕래가 많아 (교류 중단의) 영향이 있었다"며 "이번 합의가 비즈니스에 한정됐지만 관광 재개로도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문가 "한일 간 신뢰 흔들려…전면적 관계 회복 어렵다"

다만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면적인 관계 회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일 간 현안인 수출규제 문제도 결국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사실상 보복조치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징용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스가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에 있어 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일관계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바탕으로 하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 로이터 뉴스핌]

스가 총리가 올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관계개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1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한국정부의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에도 일본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없다면 스가 총리의 방한은 없다는 견해를 전달한 바 있다.

한일 양국에서 정치 문제와 경제 협력을 별개로 보는 '투트랙 외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는 점도 비관적이다. 일본 내 보수계열이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자산 현금화 문제를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하면서 투트랙 외교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정인교 교수는 "투트랙 외교는 양측이 신뢰를 갖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만 최근 국제무대에 가보면 일본 관계자들이 '투트랙에 지쳤다'라고 말할 정도로 한일 간 신뢰가 많이 흔들려 있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업인 특별입국 합의가 의미가 있는 건 맞지만 양국 관계개선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긴 어렵다"며 "이것(특별입국 합의)으로 끝일 것 같고 이 외의 다른 호재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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