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바뀌어도 무역분쟁은 지속될 듯
전문가 "한국 내부의 변화도 고민해야"
[세종=뉴스핌] 김은빈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임한 이후에도 한국 정부의 통상정책에는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포스트 아베'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만큼 통상당국도 현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역분쟁 국면 역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내부에서는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일본 총리가 될 것이라 보고있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지지를 표명하면서 국회의원 표의 70% 이상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총리 선거나 다름없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중·참 양원 국회의원(394표)과 각 광역지자체 연합회 대표(141표)가 참여하는 약식 선거로 치뤄진다.
◆ "한일관계 특별히 긍정적으로 변하진 않을 듯"
스가 관방장관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면서 일본 정부의 대한국 정책이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는 기존의 아베 내각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가 관방장관이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7년 9개월 간 내각의 2인자를 맡아온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길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가 관방장관은 지난 2일 가졌던 출범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총리가 추진해왔던 과제들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며 스스로가 아베 총리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 총재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0.09.02 gong@newspim.com |
일본 내 대 한국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유지될 거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6월 한국 국내 언론과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일본인 응답자의 79%가 "납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한국에 있다고 보는 일본인이 다수인 것이다.
때문에 한국정부도 일본 총리 변경에 맞춰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일본 총리 교체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기엔 특별히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할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일본 총리가 바뀌게 되었다는 건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일본도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기에 우리나라 내부의 변화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통상당국, 기조 유지…기업인 패스트트랙 성사 여부 관심
일본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의 통상정책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통상당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일본 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스가 관방장관의 당선 여부나, 아베 내각 정책 계승 여부도 아직까진 추측의 영역이기 때문에 예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일 간 기업인 신속통로(패스트트랙)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한일관계 개선의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일관계 악화와 코로나19로 양국 간 경제관계가 악화된 현재, 기업인들의 교류가 복원된다면 일본 총리 교체로 인한 국면전환 시기와 맞물려 관계개선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한일 패스트트랙에 대한 국내 수요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 6월 주일한국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응답자(43.6%)가 현 상황에서 사업 애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으로 "기업인의 입국제한 완화"를 꼽았다.
전윤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도 "한일 패스트트랙과 관련해선 마케팅과 구매쪽의 관심이 크고 자영업자, 대기업할 것 없이 수요가 높다"며 "일본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패스트트랙 협상 타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수요가 많은 건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협상을 진행하면서 노력 중이다"라면서도 "아직까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