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반응 '사전 체크'...크라우드 펀딩 나선 대형 가전사
삼성전자,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 와디즈에 최초 공개
SK매직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서 식기세척기 선보여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대형 가전업체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이 주로 찾던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글로벌 가전 업체들이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신제품 출시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살펴 향후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면 실제 제품 출시 후 판매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어 가전업체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삼성전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공개한 '비스포크 큐브' [사진=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2020.10.07 iamkym@newspim.com |
◆ SK매직에 이어 삼성전자까지...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신제품 최초 공개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 '삼성 비스포크 큐브(BESPOKE Cube)'의 이달 말 공식 출시를 앞두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최초로 선보인다.
삼성전자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며 목표금액과 리워드 가격 등 세부사항은 펀딩 시작 일주일 전인 8일 공개될 예정이다.
비스포크 큐브는 온도 설정부터 내부 수납 구성까지 소비자가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비스포크의 소비자 중심 콘셉트를 출시 방식에도 적용,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 간다는 취지로 와디즈에 제품을 먼저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을 남기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라며 "비스포크가 맞춤형 가전인 만큼,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서 시험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K매직도 지난 6월 말 소형가구를 위한 '무설치 슬림핏 식기세척기'를 와디즈에 선보였다. 16일 동안 8억원이 넘는 펀딩 금액이 모이는 성과를 거두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 크라우드 펀딩, 목표 금액 넘어야 구매...중소기업·스타트업의 주요 판매 채널
크라우드 펀딩은 수요자가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한다.
와디즈도 이 같은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생산자가 출시하지 않은 제품을 올리고 일정 기간을 설정한다. 이 기간 소비자들이 펀딩에 참여해 목표 금액을 넘으면 결제가 진행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시되지 않은 신제품을 먼저 써 볼 수 있고, 출고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이에 마케팅 역량과 판매 채널이 부족한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소비자들과 만나는 점점으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5층에 위치한 라이프스타일 쇼룸 #ProjectPRISM에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와인, 맥주, 화장품 등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맞춤형 소형 냉장고 '삼성 비스포크 큐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020.10.07 iamkym@newspim.com |
◆ 대형 가전사들도 속속 참여...장점 확실하지만 위험 부담도
반면 대형 가전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크라운드 펀딩 플랫폼이 필수 판매 채널은 아니다. 높은 인지도와 마케팅 능력은 물론, 자체 온·오프라인 매장과 양판점 등 탄탄한 판매망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의 주요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황이 바뀌는 분위기다. 주요 마케팅 채널로서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신(新)가전이 끊임없이 출시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신가전은 기성 제품에 비해 수요 예측이 어렵다. 업체는 제품 출시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과 소비 패턴 등을 미리 살펴보고, 향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게 된다.
'입소문 마케팅'에도 유용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주로 활용하는 MZ세대, 얼리어답터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퍼진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형성될 경우 공식 출시 이후 판매에도 속도를 붙일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활용의 확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점이 확실한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 제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위험 부담이 크다"며 "또 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활용하는 플랫폼에 대기업이 끼어드는 것도 자칫 안 좋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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