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에 변속기 제외...방산업계 '의문'
K2 3차 양산 이후 '파워팩' 추진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정부가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K9 자주포 엔진 사업에 두산인프라코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기술로 자주포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가 엔진과 변속기를 묶은 '파워팩' 단위가 아닌 엔진만 국산화하기로 해 방산 업계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워팩을 국산화해야 수출이 보다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인데, 방위사업청은 파워팩 단위의 사업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9 자주포 [사진=한화디펜스] |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사청은 방산분야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사업의 첫 과제로 K9 자주포 엔진을 선정하고 사업제안요청서(RFP)를 작성하고 있다. 연내 공고를 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부는 K9 자주포의 엔진을 포함한 관련 부품개발 국산화에 5년간 총 750억원 규모의 개발비를 책정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9 자주포 엔진 외에 추가 과제 선정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K9 엔진 국산화를 방산분야 소재부품기술개발의 첫 사업으로 선정한 것은 K9가 국내 대표 방산 수출장비이기 때문이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700여대가 운용 중인 대표 방산 수출 장비로 꼽힌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됐다. 한화디펜스는 최근 호주에서 1조원 규모의 우선공급자로 선정됐다.
이런 가운데 무기체계의 핵심인 파워팩은 독일의 렌크(RENK)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중동 국가 등에 수출길은 막혀 있는 상태다.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일부 국가에 대해 방산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파워팩을 국산화할 경우 수출 가능한 국가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K9 자주포의 엔진 개발이 가능한 업체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K9 자주포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독일만 가능했던 파워팩 생산국 반열에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000마력의 K9 자주포보다 높은 성능이 필요한 K2 전차의 엔진 개발을 성공해 K2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에 납품하고 있다. K2 전차의 엔진 성능은 1500마력에 달한다.
이번 사업이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 단위가 아니라 엔진 개발로 제한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게 업계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 관계자는 "엔진 국산화에 참여할 후보 기업군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직까지는 파워팩 단위로 사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2 변속기 국산화가 지연된 영향 때문이라고 관측한다. 2005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K2 전차의 파워팩 국산화는 사실상 '반쪽짜리'에 그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파워팩 엔진 개발 사업자로 참여해 개발에 성공, 2차 양산분부터 납품을 시작한 반면 변속기 사업자였던 S&T중공업은 최초 생산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양산에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2차 양산분의 파워팩은 국산 엔진과 독일 변속기가 결합한 형태로 K2 전차에 장착됐다.
K2 전차의 변속기 국산화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방사청이 국산 변속기와 관련된 국방규정을 개정한 데 대해 S&T중공업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파워팩의 변속기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 역시 국내에서 S&T중공업이 거의 유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워팩 전체에 대해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어떤 이유인지 추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방규정 개정 특혜 의혹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나올 예정인 K2 3차 양산분 입찰 공고 일정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다만 방사청이 사실상 K2 3차 양산 입찰을 위해 국방규정을 개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3차 양산 이후 K9의 변속기 국산화도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차 양산 입찰에는 변경된 국방규정을 반영, S&T중공업의 변속기 탑재가 조건에 포함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해당 업체와 K9 자주포 변속기 국산화에 대한 사업 시기 등을 놓고 조율 중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