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에도 개관 강행...해외 사업 확장 '의지'
차입금 증가 부담..."위탁계약 늘려 재무건정성 제고"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글로벌 호텔 체인'을 롤 모델로 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본토에서 자체 브랜드 호텔 사업을 확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관광·레저 사업이 침체된 형국에도 뚝심 있게 호텔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뉴욕 이어 두 번째 美 호텔 개장...코로나19에 신 회장 참석 불발
24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이 회사의 호텔사업부문은 이날 '롯데호텔 시애틀'(LOTTE HOTEL Seattle)을 개관한다. 롯데의 해외 호텔로는 12번째 사업장이며 미국 본토에서는 뉴욕에 이은 두 번째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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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운데)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 [사진=호텔롯데] 2020.06.17 hrgu90@newspim.com |
롯데호텔 시애틀은 189개 객실로 '롯데뉴욕팰리스'(909개 객실)와 비교해서는 적은 편이다. 총 44층 건물에 지상 1~16층을 호텔로 이용한다.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스타벅스 본사를 인근에 두고 있어 높은 비즈니스 수요가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시애틀 호텔 개관을 위해 약 60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호텔롯데가 7대 3 비율로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계 사모펀드인 스탁브릿지로부터 약 2040억원에 호텔을 인수했다. 호텔롯데는 이 호텔의 위탁운영으로 인한 수수료와 투자금에 따른 배당을 동시에 얻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애틀 호텔 개관식은 이전과 달리 조촐하게 진행한다. 당초 호텔 오픈일도 6월 예정이었으나, 현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9월로 연기됐다. 2010년 '롯데호텔 모스크바' 개관식부터 최근 '시그니엘 부산' 오프닝 행사 등에 직접 참석했던 신 회장의 현장 행보도 불발됐다.
하지만 관광 사업 침체에도 호텔 개장을 연내 강행한 데에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는 직원 90%를 일시 해고하고 동면에 들어간 롯데 뉴욕팰리스 영업도 최근 재개했다. '롯데호텔 괌'의 경우 정부 지침이 발표되는 대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화'에 대한 신 회장의 야심은 지난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앞서 신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을 활용해 객실 수를 5년 후 현재의 2배인 3만실로 늘릴 것"이라며 글로벌 호텔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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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9.09 hrgu90@newspim.com |
◆'포스트 코로나' 호텔 확장 기조 뚜렷...높아진 차입금 부담은 숙제
호텔롯데의 해외 호텔 사업 확장 기조는 뚜렷하다. 실제 호텔롯데는 오는 2022년 베트남 하노이에 L7호텔, 2024년 호치민에 5성급 호텔을 개관할 예정이다. 개관 예정인 두개 호텔은 직영 호텔이며 추후 위탁운영계약을 공격적으로 체결해 해외 호텔을 늘릴 방침이다.
위탁운영 호텔이 늘어날수록 호텔롯데 호텔사업부의 영업이익은 개선된다. 호텔사업부는 최근 5년간 호텔롯데 전사 영업이익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2015년부터 적게는 300억원대 많게는 8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냈다. 면세사업부가 전사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견인한지 오래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롯데시티호텔의 임차구조를 개선하면서 적자 규모는 54%가량 줄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체인을 목표로 해외에서 '롯데'의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장을 늘리고 있다"며 "롯데의 브랜드를 제공하는 위탁운영 계약을 잇달아 맺게 되면 수수료 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익 개선 속도가 더딘 데 반해 신규 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베트남 복합사업의 일환인 직영 호텔 개점에 따른 재무 부담은 클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호텔사업부는 2015년 뉴욕팰리스 인수에 9000억원의 자금을 소요했으며 그 결과 당해 호텔롯데의 총차입금은 2조원에서 4조원대로 늘어났다.
호텔롯데는 올해 잇단 시장성 자금 조달로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된 상태다.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 1조313억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1%에서 올 상반기 156%로 확대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40%에서 47%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 조달한 자금 중 약 1조2500억원은 모두 차환용으로 사용됐는데 2017년 국내외 호텔 개점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가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호텔사업부 측은 재무건전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란 입장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차환용 선조달로 대부분 올해 차입금을 해소했으며 부채비율도 금융사 제한보단 낮아 운영에 큰 부담은 없다"며 "보유자금과 차후 조달할 자금으로 충분히 채무를 상환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