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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방통위, '페북 소송' 상고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

기사입력 : 2020년09월18일 17:51

최종수정 : 2020년09월21일 09:34

3심 승리 쉽지 않은데..."책임 방기 지적서 자유로울수 없어"
2심 판결 후 "넷플릭스 방지법, 명확히 해야" 주장 잇따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페이스북과의 3억9600만원의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의 상고여부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방통위는 앞서 1심에서 패소 직후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지만, 2심 역시 방통위의 패소로 끝나면서 이번에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1·2심에서 모두 패소한 방통위가 3심에서 판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상고 두고 '심사숙고'...이용자보호냐 리스크 최소화냐

자판 키보드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다음달 초 페이스북과의 행정소송에 대한 상고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상고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어 아직 판결문 송달확인을 하지 않았다"며 "다음달 초까지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고기한은 당사자가 판결문 송달확인을 한 시점부터 14일 이내지만, 당사자가 끝까지 판결문 송달확인을 하지 않을 경우 최초 송달일(9월 11일)로부터 7일 뒤 자동으로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

방통위가 송달확인 시간을 최대한 끈다면 송달 효력은 18일부터 발생해 상고 기한은 10월 2일이 된다. 방통위는 1심 결과가 나온 지난해 8월 22일에는 선고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통위가 쉽사리 상고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3심 승리 가능성이 낮다고 봐서다. 앞서 1·2심이 모두 페이스북의 승소로 끝난 상황인데다 3심에서 또 패소할 경우 짊어질 리스크가 더 커진다.

IT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상고한 후 만약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고 심리 자체를 거부하는 '심리불속행'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창피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3심이 진행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다면 글로벌CP의 망 품질책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대법원 판례로 굳어버리게 된다는 리스크가 있다"며 방통위가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기도 어렵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둬야할 방통위가 상고하지 않으면 책임방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2심에서 패소를 인정하면 페이스북이 납부한 3억96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2심까지의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재판부, 이용자 제한 판단할 '정상기준' 강조..."법의 명확성 강조한 판결"

또 다른 한편으론 페이스북과 방통위의 2심 판결은 '넷플릭스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웠다.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방통위가 이용자 제한의 현저성 요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 전제가 되는 '정상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어디서부터 망 품질이 정상범위를 벗어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로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의 민원이 이전보다 12배,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민원이 172배 늘어났다는 방통위측 주장은 객관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넷플릭스 방지법 시행령 재검토를 주장하며 "'연결의 원활성' 등 시행령에서 사용된 용어가 불명확해 법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불안정성을 피하기 위한 조치도 할 수 있으니 안정성이 무엇인지 확실한 기준을 알려달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준의 필요성을 재판부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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