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안정적 서비스' 책임자는 ISP임을 재확인한 판결"
'넷플릭스법 효과' 기대한 ISP는 실망...방통위 "항소 검토"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서울고등법원이 11일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페이스북을 포함한 콘텐츠제공사업자(CP·Contents Provider)와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사이 희비가 엇갈렸다.
CP측은 "단말장치와 이용자가 가입한 기간통신사업자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부가통신사업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게 또 한 번 명확히 확인된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ISP측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소송에 ISP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이번 판결에 실망하는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CP사들은 이번 판결 결과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자판 키보드 위에 놓인 페이스북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심의 쟁점은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가 소급적용 금지원칙을 위반하는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가 '이용자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방통위의 처분이 소급적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현저성' 요건을 판단하는 데 있어 방통위가 기본적인 '정상기준'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품질수준 변화가 정상범위내 있다고 봄으로써 첫 번째와 두 번째 쟁점에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행위에 대해서는 1심과 달리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CP사들은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도 이번 재판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CP 관계자는 "지난 1심 결과 후 방통위가 추진하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대폭 수정됐듯,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에도 2심 결과가 반영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9일 입법예고 절차를 밟기 시작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의 단말장치나 가입한 기간통신사업자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는 차별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등 국내·외 CP사들이 가입된 인터넷기업협회는 이에 대해 "모든 책임을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1심에서 방통위가 패소했음에도 내심 1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를 비롯한 ISP측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ISP측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토대로 1심과는 다른 2심 결과를 기대해왔다. 지난 1심 재판부가 "접속경로 변경으로 접속속도가 저하돼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를 제재하려면 별도로 명문 규정을 둬야 한다"며 지적한 내용이 이번 전기사업통신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1심 판결문은 지난해 유민봉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직접 언급하며 유 의원 발의 법안처럼 해당 규정이 명문화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판결 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정통한 여당 관계자도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유민봉 의원 법안을 직접 언급해 정부도 유 의원 법안을 중심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2심 재판부도 이 부분을 눈 여겨 볼 것이라 생각한다"며 1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결문을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1심은 페이스북의 임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지연이나 불편은 있었으나 이용제한은 아니라고 봤으나,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행위가 '이용제한'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의미가 있다"며 "다만 현저성에 대해 당시 피해를 입은 이용자의 입장에서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자 차별이나 이익 침해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