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 "서울 집값 상승세 멈추고, 전셋값 안정화될 것"
'장밋빛 전망'에 시장 반발...최장수 장관 앞두고 책임론 커져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현실 괴리가 큰 발언을 쏟아내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김 장관은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멈췄다고 평가하지만, 시장에선 계속된 집값 상승으로 "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생집망)"며 냉담을 넘어서 분노만 커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앞둔 김 장관이 부동산 대책 효과를 강조하는데 급급하면서 집값 폭등, 임대차 시장 불안 등 현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9.11 leehs@newspim.com |
◆서울 아파트값, 3년간 45% 올랐는데...김현미 장관 '장밋빛 전망'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한국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거듭 드러내 불신을 높이고 있다. 그는 "서울은 부동산 상승세가 감정원 통계로 4~5주간 0.01%이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0.00%로 상승세가 멈춘 상태'라며 최근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의 발언대로 국가통계인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는 일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8월말 이후 최근까지 단기적인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일정 기간에는 집값이 주춤하다가 다시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약 3년 동안 서울 집값은 폭등한 것은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정부가 인용하는 감정원 통계에서도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45.5%(실거래가격지수 기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는 이보다 낮은 14%(매매가격지수 기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시장가격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세시장과 관련해서도 "몇 개월 후 전세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서울 전세 거래량이 줄었지만, 예년에 비해선 적지 않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전세 매물이 큰 폭으로 줄고, 가격은 오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17.5로 전주(116.4)보다 1.1포인트(p)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이 수요 대비 부족하다는 뜻이다.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0일 기준 0.09% 올라 64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6.17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 도중 신발을 벗어 흔들고 있다. 2020.08.01 dlsgur9757@newspim.com |
◆최장수 국토부 장관 앞둔 김현미, 정책 실패 책임론 커져
일각에선 김 장관이 부동산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리면서 시장 체감과 동떨어진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김 장관은 오는 22일이면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계속된 집값 폭등과 전세시장 불안 등으로 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취임 이후 약 3년 3개월 동안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정부 기조에 따라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반면 집값은 큰 폭으로 오르고, 대출 규제 등 수요억제대책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반면 대출을 받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는 현금부자들은 서울 고가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무주택 서민들과의 격차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러한 현실에도 김 장관은 아파트 청약으로 집을 사기 어려운 젊은층 중심의 '패닉바잉(공항구매)'와 관련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로 매매하기보다는 분양을 받으라"고 말하면서 2030세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들은 당장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보유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청약 가점도 낮아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를 당첨받기 위해선 최소 60점 넘는 가점이 필요하지만, 30대가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는 게시글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한 청원인은 "김현미 장관은 어설픈 이론만 앞세운 탁상행정으로 현장을 도외시한 정책을 남발했다"며 "현재의 아파트값을 폭등시킨 주범"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현미 장관 및 정책입안자들의 행태는 집값 억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성과 챙기기 욕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무주택 서민들은 그들의 성과를 위한 희생양 따위 밖에 안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집값 상승과 관련해 "최근 집값이 오르면서 젊은 사람들과 시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친 것은 죄송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해임 요구와 관련해선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