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새..." 이커머스·백화점·식품까지 '전방위' 개인정보 노출
공정위, 관련민원 잇달아...일부 개인정보 가렸지만 여전히 '허점'
[서울=뉴스핌] 남라다 민경하 기자 = # 유명 이커머스 업체의 A자회사 수장인 B대표는 우연히 공정거래위원홈페이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포털사이트에서 사업자 번호를 검색해 가장 먼저 뜨는 이 공정위 홈피에 들어가면 본인의 이름과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공정위에 통신판매사업자 신고를 한 직원이 기재 항목 중 하나인 대표 전화번호에 B대표의 개인 폰 번호를 적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차렸을 때는 이미 8년이나 지난 뒤였다. 그간 본인도 모른 채 온라인 상에서 무단으로 자신의 폰 번호가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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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0.1.14 onjunge02@newspim.com |
특히 B대표의 사례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동일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 이커머스 업계뿐 아니라 백화점과 식품업계까지 피해 범위가 넓고 공개된 기간도 짧지 않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나도 모르는 새 휴대폰 번호가....이커머스에 이어 백화점·식품업체까지 '전방위적'
16일 뉴스핌이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통신판매사업자 등록현황'을 확인한 결과, 유통·식품기업의 개인정보 노출 사례는 4개사다. 다만 본지가 확인한 유통 기업들의 피해 건수는 극히 일부에 그친다. <본지 기사 참조 [단독] 공정위, 사업자 휴대폰번호 무방비 노출…개인정보 관리 '엉터리'>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전자상거래법 시행령) 제12조 4항에 따라 전국 시·군·구에 신고된 통신판매업자 신원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개인 온라인몰사업자까지로 확대하면 개인정보 노출 피해 건수는 현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온라인 쇼핑시장 규모는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통신판매사업자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기업들의 피해가 이커머스 업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화점과 식품업계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례들은 기재한 개인 휴대폰 번호 공개가 문제가 됐다.
피해 당사자들은 공정위에 제출한 개인 휴대폰 번호가 본인의 동의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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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에 올라와있는 통신사업자 개인정보 [사진=공정위 홈페이지 갈무리] 2020.09.14 204mkh@newspim.com |
C백화점의 직원은 "사업자 등록을 할 때 대표님을 대신해 제 핸드폰 번호를 적었다"며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듣는다. 어디에 말해야 하는(폰 번호를 지울 수 있는) 거냐"며 기자에게 되물으며 황당해 했다.
반면 일부러 개인 정보를 공개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식품업체 1곳은 유일하게 공정위 사업자 신고를 낸 직원이 본인 휴대폰 번호가 온라인상에 공개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소비자 문의가 오면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적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에 관련 민원 잇달아...올해 일부 개인정보 가렸지만 여전히 '허점'
관할 부처인 공정위도 통신판매사업자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문제점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그간 통신판매사업자들의 민원이 잇따르면서 올해 4~5월 두 달간 휴대폰 번호 뒷 4자리와 주소지 일부를 가려 개인을 특정할 수 없게 조치 완료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보완과정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공정위가 블라인드 처리를 한 지 4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업자의 피해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정위는 아직도 노출된 개인정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하루에도 전국에서 사업자 신고가 접수된다. 지자체는 물론 공정위 홈페이지에서도 신고가 가능하기에 피해 사례의 실태를 전수 조사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통신판매업자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공정위가 정작 법인 등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관리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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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남라다 기자 =네이버에 특정 사업자 번호 10자리를 검색한 뒤 가장 먼저 뜨는 공정위 웹페이지로 들어가면 대표자명과 대표 전화번호 등 사업자 정보가 바로 뜬다. 2020.09.15 nrd8120@newspim.com |
게다가 공정위가 유야무야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책임을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사업자들의 민원이 이미 있었고 공정위가 정보를 비공개 처리했다면 당사자들에게는 이를 안내했다"며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노출할 경우에는 막대한 과징금과 제재 등 불이익을 받는다. 공공기관이라서 이러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인정보가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노출되는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정보가 홈페이지에 노출되고 포털에서도 검색해 들어 올 수 있는다면 안내 절차가 최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하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넣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