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노딜' 공식 선언
분리매각·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 본격 추진 전망
채권단 "기업가치 제고 위해 최선 다할 것"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제2의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최종 무산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두 번 다시는 없을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강조까지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현대산업개발은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계약 해지를 공식 선언한 채권단은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 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8000억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 등을 거쳐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기금운용심의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을 결정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노딜 선언 이후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지원 금액은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 등총 2조4000억원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으로 이뤄진다. 기간기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대출 규모는 크게 감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은 이날 매각 무산에 따르면 '플랜 B'를 정부에 보고했다.
인수 무산이 공식화되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됐다. 기안기금 투입과 동시에 올해 두 차례 걸쳐 지원한 영구채 8000억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항공을 일시 국유화하려는 것이 채권단의 계획이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인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등 경영 정상화가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먼저 그간 '통매각 원칙'이 고수됐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다. 기안기금 지원 조건 중 하나가 계열사 지원 금지기 때문이다.
분리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추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인수 희망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본을 경영 정상화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안기금을 지원받게 될 경우 6개월 간 근로자의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선 결국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감축은 예상되는 수순이다.
채권단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좋은 인수 후보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항공업 타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인수합병에 관심을 가진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채권단에겐 부담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하에 경영쇄신과 자구계획을 지속하는 한편 노선 최적화, 비용 절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계약해제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과 현대산업개발 사이에 총 2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