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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이순신의 '군율'과 장관 아들의 '전화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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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율과 군기에 엄정했던 이순신..철종의 꺾인 군정개혁
장삼이사는 '전화 휴가'에 갸우뚱..상식 이해되는 세상와야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여러 고을 색리 11명을 처형했다. 옥과 향소에서 지난해부터 수군(水軍) 보내는 일을 성실히 하지 않아 도피자가 많아 100여 명이나 되었는데, 늘 거짓말로 꾸며대 왔다. 그래서 오늘 형을 집행해 목을 베어 백성들에게 보였다.'

난중일기 1593년 6월 8일자.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1년이 흘러 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이순신은 '색리'(色吏)를 11명이나 처형한다. 색리는 감영이나 군아의 말단 관원이다. 군사 징병을 도맡은 색리들이 뇌물을 받고 병사들을 군영에 보내지 않으면서 거짓말로 둘러댔다는 게 이유다.

전쟁 중 한명의 전투원이 아쉬운 마당이었지만, 이순신은 군율과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 주저없이 '썩은 관리'들의 목을 베었다.

6개월이 지나고 이순신은 또다시 관아 아전을 사형시킨다. '동헌에 나가 남평의 도병방(都兵房)을 처형했다.'(1594년 1월6일·난중일기) 도평방은 군사 사무를 맡은 우두머리 아전이다.

두 달 뒤 또 피바람이 불었다. '활터 정자로 올라가 검모포 만호(고급장교)를 문책하고 곤장을 쳤다. 도훈도(都訓導·수군통제사 소속 장교)를 처형했다.'(1594년3월1일·난중일기)

◆이순신의 군율

이순신은 직무태만을 눈감고 지나가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난중일기에는 숱한 처형과 곤장이 서술돼 있다. 군율과 군기에 엄격했다. 고급장교라 해서, 내 곁에 있어 친하다고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가차없이 문책하고 벌을 줬다. 어떻게 보면 '모시기 힘든 상사'다.

윗사람들에게 사랑받기도 힘든 인물이었다. 2015년 11월1일 전남 고흥군은 도화면 발포 충무사 앞 오동나무 청렴박석광장에서 '발포만호 이순신 오동나무 청렴일화비 제막식'을 가졌다.

이순신과 오동나무가 무슨 연관이라 비석까지 세웠을까.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2년전인 1580년 7월. 이순신은 발포 만호로 발령받는다. 전라 좌수사 성박이 '내가 거문고를 만들려 하니 발포 뜰에 있는 오동나무를 베어 보내라'고 명령한다.

관아의 오동나무, 그냥 잘라 잘 포장해 보내면 그만이다. 게다가 전라 좌수사는 직속상관 아닌가. 전라 좌수사가 요즘으로 치면 군단장이라면 이순신은 연대장 정도다.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이순신은 상사에게 사랑받는 기회를 발로 찬다. '오동나무는 나라의 물건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 키워온 나무를 하루아침에 벨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전라 좌수사 성박은 어이없기도 하고, 화가 치솟았지만 이순신의 인물 됨됨이를 듣고는 '훗날'을 기약하며 분을 삭였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이순신은 '융통성없는 꽉막힌 인물'로 찍혀 고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로는 '군율에 엄격'하고, 위로는 '꽉막힌 태도'가 전시에는 빛을 발하며 조선을 구한 영웅으로 지금까지 각인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수선전도에 나타난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서울 건천동. 서울 충무로 초입 부근이다. 2020.09.10 fair77@newspim.com

◆무너진 조선의 군정(軍政)

조선은 직접적으로는 일본의 침략야욕에 희생당했지만 망조는 오래전부터 들었다. 조선을 기울게 한 원인으로는 '삼정(三政)의 문란'이 대표적이다. 국사 교과서에서 조선후기 부분을 배울때면 늘상 나오는 단어다. 학창시절 국사를 배웠다면 '밑줄 쫙'이라면서 교사들이 누누이 강조한 부분이다.

삼정은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이다. 전정은 공정하고 정확한 논밭의 조사와 측량을 바탕으로 1년에 소출되는 양을 검사해 균등한 전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군정은 원래 조선은 군적에 따라 양인 가운데 병사를 뽑고 보포(保布·군역을 면제시켜주는 대신 내는 베나 포를 주는 제도였다. 다시 말해 군인으로 차출된 농민이 벌어먹고 살 방도가 없으니 다른 농민이 그 집에 먹고 살 베나 포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군대 가기 싫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15세기 말부터 군포를 내면 병역을 면제받는 제도로 변질됐다.

환정은 곡식 대출제도다. 봄철 보릿고개에 농민에게 국가가 식량과 씨앗을 빌려줬다 가을 추수 이후에 돌려받았다.

요즘으로 치면 조세·병역·대출이 삼정인 셈이다. 삼정의 문란은 이 세가지 제도가 무너졌다는 의미다. 전정의 문란은 지방수령과 토호들이 농간을 부리면서 온갖 잡세가 붙어 공정세금제도가 붕괴됐다. 군정의 문란은 조선후기 돈 좀 있는 농민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양반으로 편입되거나 돈없는 백성들은 산골짜기로 도망을 치는 등 군포가 줄어들자 관청에서 죽은 사람까지도 강제 징수하는 백골징포 등 불법징수가 횡행한 것을 일컫는다.

환정의 문란은 국가재정이 어려워지고, 아전들의 횡포가 늘면서 돌려받는 이자격인 곡식을 터무니없이 많이 걷거나 빌려주는 곡식에 모래나 겨를 섞어 실제 양을 줄인 뒤 거둘 때는 제대로 받는 등 방법으로 백성들을 괴롭혔다.

현대 국가에서도 다를 바 없다. 조세와 병역, 고리대를 포함한 대출이 문란해지면 민심을 자극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워진다.

조선은 삼정의 문란이 가시화되면서 1811년 홍경래의 난과 1862년 전국적인 임술농민항쟁, 1894년 동학혁명 등 농민항쟁이 이어지다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조선 철종 어진. 6.25 전쟁 당시 조선 임금들의 초상화인 어진은 부산으로 옮겨졌지만 화재로 불타 없어졌다. 그나마 철종 어진은 절반만 불에 타 철종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보물 1492호다. 2020.09.10 fair77@newspim.com

◆세도정치에 꺾인 철종의 삼정개혁

(왕이) 하교하기를 "군정·적정(환정)·전정의 3정은 국가에 있어서 대정(大政)인데, 현재 3정이 모두 병들어 민생이 고달프고 초췌해졌다."(철종3년(1852년) 10월 22일)

(왕이) 하교하기를 "삼정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이정청을 설치하여 강구하는 일이 있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묘당의 제신이 지금 바야흐로 상확하여 교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가(朝家)에서 크게 경장하는 데 관계된 것이므로, 널리 묻고 널리 의견을 채집하여 사리에 꼭 맞도록 힘쓰지 않을 수 없다."(철종 13년(1862년) 6월 10일)

조선 철종은 '강화도령'으로 불린다. 헌종10년(1844년) 형 회평군의 옥사로 가족과 함께 강화에 유배됐다 헌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1849년 대왕대비 순원왕후(순조의 비)의 명으로 궁에 들어와 왕위를 이었다.

당시 권력을 쥐고 흔든 안동김씨가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화도에 있는 '만만한 왕족'을 임금으로 세운 것이다.

철종은 별반 한 일이 없는 '허수아비' 임금이라는 것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 안동김씨 '세도정치'가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삼정문란도 극에 달하면서 재위 기간 경상도 진주, 함경도 함흥, 전라도 전주 등 전국에서 대규모 민란이 빈발했다.

하지만 철종이 강하게 밀어붙인 국정 철학이 있다. 다름 아닌 '삼정문란 혁파'다.

철종은 삼정문란을 바로잡기 위한 관청인 '이정청'까지 세우고 개혁에 집중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당시 정국을 좌우하던 안동김씨 세도정치에 막혀 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9.10 alwaysame@newspim.com

◆장삼이사가 이해되는 세상와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생활 시절 '휴가 미복귀'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반박과 재반박이 난무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추미애 장관을 엄호하기 위한 말숟가락 놓기에 바쁘다. 야당도 국정농단을 빗댄 '휴가농단'으로 사안을 규정짓고 공세에 몰두하고 있다.

여러 말잔치와 추측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지만 핵심은 '휴가 나간 병사가 복귀일시까지 부대에 들어가지 않고 부대 밖에서 휴가를 연장하는 게 상식선에 부합하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국방부에서는 '전화로 휴가 연장이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일반 병사가 그렇게 전화로 휴가 연장을 신청했을 경우 어느 상관이 그렇게 너그럽게 받아들여줄 지 아직도 마음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간의 장삼이사(張三李四·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면 '신기한 서프라이즈'일 뿐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은 이순신처럼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군율이 군 내부에서 제대로 작동했거나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였다면 논란거리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정권을 가진 장교를 비롯한 군 고위층이 모두 이순신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모두가 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행동하면 융통성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인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철종의 삼정문란 개혁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안동김씨 세도정치 세력을 견제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동김씨의 폭주로 조선은 어지러워졌고 흥선대원군이 삼정의 문란을 어느 정도 혁파했으나 세계사의 흐름 속에 뒤처진 조선왕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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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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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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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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