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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 전염병 전초기지 '활인서'와 코로나19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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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시절 전염병으로 조선인구 100명 중 3명 사망
코로나19 재확산에 의료파업 위기..방역 백척간두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세종 27년(1445년) 10월27일. 방대한 양의 의학서가 왕명에 따라 완성된다. 365권의 한국적 의학 집대서, '의방유취'(醫方類聚)다. 세종이 직접 이름 지었다. 집현전에 지시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의학서를 수집하고, 질병에 따라 분류작업을 거친 뒤 의관(醫官)을 모아 편집한다. 이후 왕자(안평대군)를 총책임자로 삼아 감수를 하게 한 지 3년만에 완성본을 내놨다.

세종의 꼼꼼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처음 365권으로 편성된 책은 더하고 빼고 교정을 거쳐 266권 264책으로 정리·축소됐다. 곧바로 인쇄하지 않았다. 아들 문종과 세조 때까지 정리작업이 이어진다. 32년이 흐른 성종8년(1477년) 인쇄 출판해 내의원과 전의감, 혜민서, 활인서 등 관계 관아에 반포했다.

◆계절 상관없이 발병..조선의 골칫거리

의방유취는 간행 이후 전염병이 창궐할 때 활용되었다. 중종 19~20년(1524년~1525년) 사이에 전염병이 유행했다. 중종은 의방유취에서 전염병 예방과 치료법들을 찾아서 정리해 관련 관청에 보내도록 했다. 한글로 적은 처방집은 '속벽온방'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경록, 조선전기 의방유취의 한계, 2012년 12월31일)

조선은 자연재해도 골칫거리였지만, 전염병도 국가의 근원을 뒤흔드는 중대사였다. 세종이 의방유취를 펴낸 이유도 당시 쉴 새없이 창궐하던 전염병 때문이었다. 의방유취가 편찬된 세종 27년(1445년) 이전 세종 통치하로만 한정하더라도 세종 원년(1419년)을 비롯해 재위 2년, 3년, 6년, 9년, 14년, 15년, 16년, 19년, 22년에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계절에 상관없이 전염병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가슴아픈 일도 속출했다. 전염병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가족을 버리고 도망가고, 병에 걸린 아이를 길에 버린 뒤 아이가 쫒아오면 나무에 매달아 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세종 19년(1437년) 음력 2월9일 기사다. '금년 봄에 이르러서는 역질이 크게 유행하여 주린 사람이 병에 걸리면 곧 죽었다. 백성들이 자기 손으로 소와 말을 잡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보리 뿌리를 캐어 먹이를 하며, 처자를 보전하지 못하여 처자를 버리고 도망하는 자도 있고, 혹은 아이를 길에 버리어 아이가 쫓아가면 나무에 잡아매고 가는 자도 있고, 닭과 개가 저절로 죽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기후변동이 전염병 발생에 미친 영향(이준호, 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25권 제4호, 2019년)에 따르면 조선왕조 525년(1392년~1917년)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전염병은 햇수로 총 320년이다. 연평균 2.73회(1455건) 발생했다.

실록에서 전염병은 ▲온역(25건) ▲역병(26건) ▲질역(22건) ▲여질(15건) ▲역려(22건) ▲역기(7건) ▲역질(253건) ▲여역(408건) ▲역(785건) 등으로 중복 사건을 제외하고 모두 1455건이 수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전염병에 대한 최초 기사는 태조 2년(1393년) 3월 29일 '회암사에서 여름에 역질이 돌았다'는 기록이다.

영조 26년(1750년)에는 현재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처럼 전염병이 연중 기승을 부리며 22만3578명이 사망한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세종 때 한국형 의학서로 편찬된 의방유취. 보물 1234호로 지정돼 있다. <자료=문화재청> 2020.08.27 fair77@newspim.com

당시 실록 기사다. '이달에 역질이 크게 치성하여 사망자 수효가 해서는 해주 등 11개 고을에서 45명, 관서는 865명, 영남은 함양 등 6개 고을에서 43명, 호서는 5089명, 경기는 2192명, 호남은 1650명, 관동은 1531명, 강도는 145명, 송도는 132명이나 되었다.(영조 26년 음력 1월 28일 6번째 기사)

모두 1만1692명이다. 이후 실록에서는 월별로 사망자를 집계한다. 2월 6233명 ▲3월 3만7581명 ▲4월 2만5547명 ▲5월 1만9849명 ▲6월 3만300명 ▲7월 2만2261명 ▲8월 2246명 ▲9월 6만7869명이다. 10월부터는 숫자를 세다가 포기한 건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집계가 중단된다. 1750년 음력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염병 사망자는 모두 22만3578명에 이른다.

통계청의 한국통계발전사(2016년12월)에 따르면 조선의 인구(16~60세 장정 기준)는 중종 때 374만5481명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인조 때 153만1365명으로 급감한다.

이후 영조때 700만명을 회복한 뒤 정조 당시에는 732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농업 생산력 확대와 상업이 활발해 지면서 인구 증가도 가파르게 이뤄졌다.

1750년 전체적인 조선 인구가 700만명선이라고 보면, 사망자 비율은 3.2% 정도다. 국민 100명 가운데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총인구수(2020년 6월 기준)는 주민등록상 5183만9408명이다. 요즘으로 치면 166만명이 단 한번의 전염병으로 세상을 등진 대참사다.

◆서민 전염병 전초기지 '활인서'

해마다 적어도 2차례 이상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백성들이 쓰려져 가는데, 조선왕조는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아니다. 조선은 의료체계가 잘 확립돼 있었다.

조선의 의료체계는 고려 제도를 본받았다. 대표 의료기관 3곳을 통틀어 삼의사(三醫司)라고 했다. 내의원(內醫院), 전의감(典醫監), 혜민서(惠民署)를 지칭했다. 내의원과 전의감은 임금을 비롯한 왕실의 치료와 약제 공급을 전담했다. 때로 왕이 신하에게 의원을 보내거나 약제를 하사하는 등 고위 관료의 치료도 담당했다.

혜민서는 조선건국 초기 혜민국이었지만, 세조 때 혜민서로 이름이 바뀌면서 서민들의 치료와 돌봄을 담당했다. 혜민서 아래에는 한양 동쪽과 서쪽에 동서 활인서(東西活人署)를 설치해 전염병 업무를 담당했다.

의녀(醫女)들도 한양과 지방에 배치돼 부녀자의 질병치료와 의원의 진료와 치료를 도왔다. 한류 드라마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대장금'의 장금은 중종 시대 활약했던 의녀다. 실력이 출중했던 탓에 숱한 상을 받고 중종의 지척에서 진료와 간호를 도맡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수선전도에 나타난 동서활인서. 활인서는 한양도성에 거주하는 병든 사람을 구호하고 치료하는 일을 담당하던 종6품 아문에 해당하는 관서이다. 동활인서는 태종 14년(1414년) '동활인원'이라는 이름으로 동소문 밖에 처음 설치됐다. 세조 12년(1466년) '활인서'로 이름을 바꿨다. 한때 폐지되기도 했으나 효종 때 유민이 서울로 몰려들자 진휼이 실시되면서 활인서의 기능이 개선됐다. 영조 8년(1732년)에는 광희문 밖으로 아예 자리를 옮겨 운영됐다. 2020.08.27 fair77@newspim.com

임금 가운데서는 세종과 세조, 정조가 의학에 조예가 깊었다. 세종은 향약구급방과 의방유취 등 의학서를 주도해 편찬하는 작업을 실시할만큼 의학에 일가견이 있었다.

세조는 계유정난으로 조카를 쫒아내고 왕위에 올랐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세종의 아들답게 의학과 천문 등에 통달해 조선의 의료체계 확립에 기여했다.

제도는 잘 갖춰졌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당시에도 인간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의술을 무기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다반사였던 모양이다.

세조 10년(1464년) 1월 7일 경신 1번째 기사다. 세조가 의원들의 실력이 없음을 탓하고,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의술은 세간의 요법이요 국가의 이해에 관계되는 바로서 성인이 이뤄 놓은 지극한 공업(功業)인데 사람이 못나고 가르침이 해이하였으며, 여덟 가지 종류로 구분하였으나 간악하고 어리석은 무리들이 다투어 숨기어서 죽임은 있으되 살림은 없으니, 진실로 경장(更張·혁명적으로 고침)하지 아니하면 그 사고가 적지 아니할 것이다. 금후로는 의원을 제수할 때 반드시 실지의 재주를 상고하고 자격에 구애하지 말 것이다."

'임금은 성학이 고명하여 통하지 아니하는 바가 없고 천문·지리·의약·복서에 이르기까지 다 극히 정하게 연구하였다. 이 때에 이르러 의술이 부정한 것을 염려하여 이러한 명이 있은 것이다.'

전염병이 만연할 때 서민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동서활인서였다. 동활인서는 광희문 밖에 설치돼 있었다. 서활인서는 서소문 밖에 위치했다.

전염병이 돌면 요즘처럼 '격리치료'를 했다. 하지만 치료에도 차별이 있었다. 인조 23년(1645년) 2월 10일 실록 기록이다.

'왕이 하교하기를 "동·서 활인서에서 전염병 환자를 몇 사람이나 출막(出幕·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따로 막을 치고 격리) 시켰는가?" 하니, 정원이 아뢰기를 "양쪽 활인서에서 출막시킨 환자는 모두 696인이었는데, 죽은 사람이 8인이고, 완전히 나은 사람이 271인이며, 지금 병막에 남아 있는 사람이 413인이라고 합니다."하였다.

이때 서울에 전염병이 해를 거듭해서 크게 번져 민간에는 청결한 집이 없었고 사망자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으나 동·서 활인서에서 출막시켜 구활된 사람은 모두가 사대부 집 하인들뿐이었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아현·염리 일대에 있었던 서활인서 표지석. 활인서는 조선시대의 의료기관 중 서민의 의료를 담당했던 기관이다. 전염병과 함께 굷주린 백성에 대한 구휼까지도 담당하였다. 서활인서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관련 기록을 토대로 보면 아현동이 가장 유력한 터다. 현재 아현중학교 정문 앞 마포도로변에 '서활인서터' 표석을 세워놨다. <자료=서울역사박물관>2020.08.27 fair77@newspim.com

◆전염병과 의료진, 코로나19 방역

2020년은 전염병으로 얼룩진 해로 기록될 만하다. 연초부터 시작돼 여름을 지나 가을이 보이는 시점까지 '코로나19'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확산하며 다시 일상생활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모드로 들어간 시기에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과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다. 각자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도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의료계가 똘똘뭉쳐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19를 저지하기 위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의방유취 첫머리에 적시된 '의학에 임하는 자'에 대한 각오를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의료계 2차 총파업 이틀째를 맞이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이 내원객들로 분주하다. 2020.08.27 leehs@newspim.com

당시 조선이 서양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알았을 리 없지만, 내용은 인간 생명의 존중과 의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비장하게 적었다.

'무릇 대의(大醫·큰 의학)는 질병을 치료할 때 반드시 자기의 정신과 생각을 안정시키고 원하거나 바라는 것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자애롭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발휘하여 사람들의 고통을 널리 구원하겠다고 서원(誓願·맹세하고 소원을 비는 것)해야 한다. 만약 질병에 걸린 사람이 찾아와서 구원을 요청하면 그 사람의 귀천과 빈부, 나이와 추미(醜美·추함과 이쁨), 원친(怨親·원수와 친구 여부)과 친소, 지역과 지능을 따질 겨를도 없이 마치 지친(至親·가장 가까운 친척)을 대하듯 두루 동등하게 대우한다. 또한 대의는 앞뒤를 재보거나 스스로 길흉을 헤아려보면서 자기 목숨을 지킬 틈도 없다. 환자의 고통을 보면 마치 자기가 아픈 듯이 여기면서 진심으로 슬퍼하므로, 험한 지형, 낮과 밤, 추위와 더위, 굶주림과 목마름, 피로 따위를 피하지 않는다. 혼신을 다해 달려가 구원할 뿐,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백성들의 대의가 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한다면 사람들의 거적(巨敵·큰 적)이 된다.'

'비록 질병은 빨리 치료해야 한다라고 말하더라도, 모름지기 치료 과정에서 의혹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직 자세히 살피고 여러모로 생각해야 하며, 다른 사람 목숨 위에 군림하여 마음껏 자기 편리한 대로 하면서 명예를 구하는 행위는 아주 어질지 못한 짓이다.'(의방유취 권1 /총론 1 /대의(大醫)의 마음가짐에 대해 논함)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441명 늘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신천지예수교 관련 집단 감염이 이어졌던 지난 3월7일 (483명)이후 최대규모다. 이날 오후부터 운영을 재개한 서울 중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08.27 dlsgur9757@newspim.com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들도 다산 정약용이 200여년전 목민심서에서 제시한 전염병 예방법을 재차 각인할 필요가 있다. 사회를 지키는 것은 혼자만의 욕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릇 염병이 전염하는 것은 모두 콧구멍으로 그 병기운을 들이마셨기 때문이다. 염병을 피하는 방법은 마땅히 그 병기운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환자와 일정한 거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무릇 환자를 문병할 때는 마땅히 바람을 등지고 서야 한다. (목민심서 / 애민 6조 / 제5조 관질(寬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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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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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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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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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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