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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수선전도] '드센 팔자' 송현동, 건국과 망국을 안은 비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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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밭에 목잘려 스러진 조선 건국 설계자 정도전
조카 황후 윽박질러 옥새 빼앗아 한일병합조약 맺은 윤덕영

[편집자] 수선전도(首善全圖)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목판본으로 인쇄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도봉산부터 남쪽 한강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울의 주요 도로와 동네, 궁궐 등 460여개의 지명을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수선전도에 있는 지명들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오승주의 수선전도'는 이 지도에 나온 동네의 발자취를 따라 지명과 동네에 담긴 역사성과 지리적 의미, 옛사람들의 삶과 숨결 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 숨가쁜 삶을 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계획입니다.

[서울=뉴스핌] 19세기 중반 순조임금 시대 서울의 모습을 목판에 인쇄한 수선전도.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가 목판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도는 1864년 전주에서 인쇄한 갑자완산중간본이다. <자료=서울역사박물관> 2020.06.24 fair77@newspim.com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광화문에서 창덕궁 방향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경복궁 담장 모서리를 파고드는 찻길과 찻길 사이, 담장에서 떨어져 홀로 자리를 지키는 궐(闕)이 섬처럼 서 있다. 동십자각이다. '궁궐'은 궁(宮)과 궐(闕)이 합쳐진 말이다. 궁은 왕이 살던 규모가 큰 건물을 일컫는다. 궐은 궁의 정문 좌우에 설치한 망루다.

동십자각은 궐이지만 궐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경복궁에 조선총독부를 지으며 광화문을 옮기는 등 궁을 훼손할 때 담장을 잃으면서 길거리에 섬처럼 나앉게 됐다. 반대편 서십자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찻길을 건너면 종로문화원이 나온다. 높이가 족히 5m나 될 듯한 돌담이 한참 이어진다. 반대편에는 푸른빛 유리로 옷을 입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200여m를 걷는 동안에도 담장 안쪽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안과 밖을 가르는 돌담만 도로 끝까지 뻗어 있을 뿐이다.

돌담 안쪽은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송현동 부지다. 대한항공이 고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며 2008년 6월 삼성생명으로부터 산 땅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경영이 악화된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하자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뛰어들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서울=뉴스핌] 오승주 기자 =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담벼락이 종로문화원부터 직선으로 200여m가량 뻗어 있다. 2020.06.24 fair77@newspim.com

◆역사 깊은 솔고개

송현동은 역사가 깊은 땅이다. 조선 건국초기부터 지명이 등장한다. 태조 7년 4월16일(음력). 태조 이성계가 이렇게 명령한다. "경복궁(景福宮) 좌강(左岡)의 솔(松)이 마르므로, 그 가까이 있는 인가(人家)를 철거하라."

경복궁 좌강(왼쪽)은 지금의 송현이다. 무성한 솔밭에 사람들이 살아 소나무가 말라가기 때문에 근처 집들을 철거하라는 명령이다.

송현을 풀이하면 소나무고개다. 옛 사람들은 솔고개 또는 솔재라고 불렀을 것이다. 종로구청 홈페이지 '종로엔 다 있다'에는 송현동에 대해 솔고개(松峴)가 있어 여기에서 동명이 유래됐다고 설명한다.

조선왕조가 서울을 수도로 삼기 이전에는 자연부락이 형성돼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율곡로가 가로질러 단절돼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송현동 부지 길 건너 중학동까지 빽빽한 소나무 숲이었다.

태종이 개경 환도 이후 다시 한양으로 돌아왔을 때 정도전이 설계한 경복궁이 싫다고 건설한 창덕궁 사이에서 왕가의 바깥숲 역할을 하면서 왕실에 쓸 소나무를 공급하는 역할도 했다.

보릿고개 때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가을에 받는 군자감의 별창(별도 창고)도 있었다. 한국고전종합DB에 따르면 조선왕조의 헌법이자 법률서인 경국대전 호전 군자창 편에는 별창을 두어 잡곡을 헤아려 쌓아 두고 백성들에게 빌려주며, 가을에 빌려 준 본래의 수량을 거둬들인다고 돼 있다. 광통교에 본감 창고, 송현에 별창, 용산에 강창 등이 있었다.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일간지 기고문에서 송현의 지리적 의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경복궁에서 창덕궁으로 가려면 삼청동천을 건너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 가야했다. 이 고개가 송현이다. 송현은 서울의 주산인 백악산의 동쪽에 있는, 오늘날 흔히 말바위라고 하는 휴암(鵂巖)에서 남으로 갈라져 내려온 산줄기 끝 부분에 있는 고개다. 동으로는 안국동천, 서로는 삼청동천이 이 산줄기의 경계를 이룬다. 

이 산줄기는 경복궁의 동쪽, 곧 왼편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산줄기의 등성이엔 건물을 짓지 못하게 숲을 조성해 나라에서 관리했다.'

[서울=뉴스핌] 대한항공이 호텔부지로 삼성생명으로부터 매입한 송현동 부지. 현재 서울시가 공원화하겠다고 나서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자료=서울시> 2020.06.24 fair77@newspim.com

◆개국공신 정도전과 망국역신 윤덕영

송현은 조선 건국과 조선 망국을 주도한 두 신하의 이야기를 머금고 있다. 정도전과 윤덕영이다. 조선을 실질적으로 건국한 신하(정도전)는 역신으로 몰려 왕자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500여년 뒤 또다른 한 신하(윤덕영)는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서고 일제하에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조선 건국 공신 정도전은 송현에서 목숨을 잃었다. 태조 7년(1398년) 8월 26일, 정도전은 송현에서 태조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태종)이 일으킨 제1차 왕자의 난(무인정사) 때 목이 베인다.

조선왕조실록은 이렇게 적었다.

'정도전·남은·심효생과 판중추 이근·전 참찬 이무·흥성군 장지화·성산군 이직 등이 임금의 병을 성문한다고 핑계하고는, 밤낮으로 '송현에 있는 남은의 첩의 집'에 모여서 서로 비밀히 모의하여, 이방석·이제와 친군위 도진무 박위·좌부승지 노석주·우부승지 변중량으로 하여금 대궐 안에 있으면서 임금의 병이 위독하다고 일컬어 여러 왕자들을 급히 불러 들이고는, 왕자들이 이르면 내노와 갑사로써 공격하고, 정도전과 남은 등은 밖에서 응하기로 하고서 기사일에 일을 일으키기로 약속했다.'

정도전의 집은 송현의 소나무숲을 지나 중학동에 있었다. 현재 종로구청 자리다. 실록에서는 정도전이 송현에 있는 '남은의 첩 집'에서 이방원을 잡을 '역적모의'를 수시로 연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다 선제공격을 한 이방원에게 급습을 당해 소나무숲이 무성한 송현에서 삶을 마감한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질 수밖에 없다. 실록에서는 정도전의 죽음을 희화화했다. 다시 태조 7년(1398년) 8월 26일 기사다.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정도전은 이방원 앞에서 죽음을 구걸한다.

'도전이 도망하여 그 이웃의 전 판사 민부의 집으로 들어가니, 민부가 아뢰었다. "배가 불룩한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왔습니다." 정안군은 그 사람이 도전인 줄을 알고 이에 소근 등 4인을 시켜 잡게 하였더니, 도전이 침실 안에 숨어 있는지라, 소근 등이 그를 꾸짖어 밖으로 나오게 하니, 도전이 자그만한 칼을 가지고 걸음을 걷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서 나왔다. 소근 등이 꾸짖어 칼을 버리게 하니, 도전이 칼을 던지고 문 밖에 나와서 말하였다.

"청하건대 죽이지 마시오. 한마디 말하고 죽겠습니다." 소근 등이 끌어내어 정안군의 말 앞으로 가니, 도전이 말하였다. "예전에 공(公)이 이미 나를 살렸으니 지금도 또한 살려 주소서."

예전이란 것은 임신년을 가리킨 것이다. 정안군이 말하였다. "네가 조선의 봉화백이 되었는데도 도리어 부족하게 여기느냐? 어떻게 악한 짓을 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를 수 있느냐?" 이에 그를 목 베게 하였다.'

실록은 '배가 불룩하고 탐욕스러울 정도로 뚱뚱한' 정도전이 죽음 앞에서 이방원에게 "예전에 내가 당신을 한번 살려준 적이 있으니 이번 한번만 살려주오"라고 비루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이방원은 "조선에서 임금 다음의 권력을 가진 당신이 뭐가 부족해 나를 죽이려고 역모를 꾸미느냐"고 꾸짖으며 부하를 시켜 참수한다.

용맹스러운 장수이던 이성계를 앞세워 조선왕조를 세우고 500년 왕조의 시스템을 마련한 정도전은 송현골에서 허무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과)는 정도전의 죽음에 대해 재상중심주의가 왕권중심주의에 패배한 것으로 풀이한다. 신교수가 한국고전번역원에 기고한 '재상이 중심인 나라 조선-정도전의 위험한 구상'(2010년 11월16일)에 따르면 정도전은 자질이 일정하지 않은 국왕이 세습돼 전권을 행사하는 왕권중심주의보다는 천하의 인재 가운데 선발된 재상이 중심이 돼 정치를 펴는 재상중심의 권력을 구상했다.

하지만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태종)은 영민했다. 신교수는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으로 어린 세자 위에 군림하면서 재상이 주도하는 정치의 실현을 꿈꿨던 정도전의 꿈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왕실의 땅. 일반 백성은 출입이 허용되지 않던 금단의 솔밭은 1800년대 초반 당시 세도정치로 기세를 올리던 안동 김씨 집안으로 넘어간다. 정확하게는 순조가 둘째딸 복온공주를 시집보내면서 집을 지으라는 명목으로 땅을 하사하며 솔밭은 허물어진다.

기사의 바탕으로 삼는 수선전도는 갑자완산중간본(1864년 전주본)이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복온공주의 혼인은 순조30년 4월에 이뤄졌다. 1830년이다.

[서울=뉴스핌] 수선전도에서 송현과 벽동지역을 확대한 모습. 원래 송현은 벽동과 송현을 합친 넓은 소나무 밭이었다. <자료=서울역사박물관> 2020.06.24 fair77@newspim.com

하사된 송현 북쪽, 복온공주의 저택은 수선전도에서 '벽동'(壁洞)으로 나온다. 복온공주는 혼인 2년만에 사망한다. 이후 공주의 남편 창녕위 김병주 후손이 지켜오던 땅은 1906년 윤택영의 딸(순정효황후)이 황태자비(순종의 황후)로 간택되는 과정에서 해평 윤씨가문으로 넘어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한다.

벽동에 대저택이 들어선다. 현재 서울의 중심에 빈 땅으로 남아 이슈로 떠오른 송현동 부지다. 3만6642㎡(1만1084평),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의 3배 규모다. 주인은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이다. 바로 옆집에는 윤덕영의 동생으로 형제 친일파인 순정효황후의 아버지 윤택영이 살았다.

윤덕영은 순종을 위협해 한일병합조약에 도장을 찍게한 친일파 중 친일파다. 1910년(경술년) 8월 22일 창덕궁 흥복헌. 대한제국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다.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시종원경 윤덕영, 궁내부대신 민병석, 탁지부대신 고영희, 내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조중응, 친위부장관 겸 시종무관장 이병무, 이완용의 처남 승녕부총관 조민희의 8명이 순종을 둘러싸고 병합조약에 도장 찍기를 강요했다.

머뭇거리는 순종을 대신해 순정효황후가 옥새를 치마 속에 감추고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큰아버지 윤덕영은 조카를 윽박질러 옥새를 강탈하고 순종을 협박해 미리 작성한 조약에 날인케 했다. 세상은 윤덕영을 비롯한 이들 8명을 경술국적(庚戌國賊)이라 불렀다. 경술년에 나라를 도적질한 자들이라는 뜻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댓가로 윤덕영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윤덕영은 국권피탈에 앞장선 대가로 병합 직후인 1910년 10월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일제의 전쟁 야욕이 절정에 달하던 1940년 8월애는 중추원에서 조선인으로 최고 지위인 부의장에 올랐다.

대지주로 1929년 충청남도에 토지 100정보(99만1736㎡·30만평) 이상과 1937년 6월 경기도 파주와 안성에 논밭 30정보(29만7520㎡·9만평) 이상을 소유했고, 재산 100만원 이상(1933년 2월 기준)을 가진 대부호였다. 당시 100만원은 요즘으로 치면 2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으로 추산된다.

[서울=뉴스핌]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의 항공사진. 이 땅은 친일파 윤덕영이 대저택을 짓고 살다 일제가 한국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조선식산은행으로 넘어간다. 이후 미국 대사관 직원 사택으로 사용되다 삼성생명을 거쳐 대한항공으로 소유권이 넘어 갔다. <자료=서울시> 2020.06.24 fair77@newspim.com

◆주인은 있지만 주인을 찾는 땅

천년만년 대저택을 껴안고 부를 누리며 살 것 같았던 친일파 형제들의 '송현 라이프'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윤덕영의 벽동 대저택은 일제가 한국의 토지 등을 수탈하기 위해 설립한 조선식산은행에 넘어간다. 순정효황후의 아버지이자 윤덕영의 동생 윤택영도 송현동에 자리잡고 부자로 살았지만, 낭비가 심해 재산을 탕진하고 빚만 늘다 '조선 최고의 채무왕', '부채왕' 등으로 불리던 도중 빚쟁이에 시달리다 중국 베이징으로 도주한다.

일제는 1919년부터 송현동을 차지하면서 식산은행 직원들의 사택으로 활용했다. 1938년 윤덕영의 벽동 대저택을 포함해 현재 송현동 부지를 사택으로 확보했지만 1945년 패망하며 물러났다.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6·25전쟁을 겪은 뒤 부지는 미국 대사관 직원숙소가 됐고, 1997년 삼성생명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뒤 2008년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끝없이 이어질것만 같았던 돌담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에 이르러 북으로 방향을 튼다. 안국빌딩과 돌담 사이에 1차로 샛길이 있다. 돌담은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타고 올라간다. 천천히 3분쯤 걸었을까. 덕성여자고등학교와 덕성여자중학교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돌담은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돌담을 찾아 오르막을 걷다보면 왼편으로 푸른 동산이 나타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맞닿은 사람 둘 지나가기도 버거운 길이다.

[서울=뉴스핌]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좁은 골목길의 담장. 종로구 안국동 안국빌딩 사잇길을 올라간 뒤 덕성여중고 담벼락 끝으로 난 좁은길을 통과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이 나온다. 아래 쪽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도로 편에 높은 담벼락이 또다시 자리잡고 있다. 오승주 기자 = 2020.06.24 fair77@newspim.com

한숨 돌리고 아래 쪽을 보니 다시 돌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승용차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아래로 걸어 나오니 차량이 줄을 잇는 큰 길이 나온다. 느지막이 한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15분 정도. 돌담을 끼고 걷는 동안 번잡스러운 서울 도심은 없었다. 도심 속에서 느끼는 적막감이 낯설었다.

땅에도 팔자가 있다면 송현은 '드센 팔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가의 숲에서 세도가문, 친일파 형제, 미국인에 이어 재벌 2곳이 잇따라 소유자로 이름을 올린 땅. 송현동은 주인은 있지만 여전히 아무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주인을 찾는 빈 땅이다.

fair7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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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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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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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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